1시간이면 입고 다닐수 있다더니… 그 진실은?

“드럼세탁기는 시간 경쟁 중.” 최근 국내외 가전업계는 세탁시간은 줄이면서 빨래를 빨리 처리할 수 있는 초스피드 드럼세탁기 제품 개발에 골몰하고 있다.

LG전자가 지난해 선보인 ‘트롬 6모션 2.0’. 1Kg 미만 세탁물을 17분만에 세탁에서 헹굼, 탈수까지 끝내는 스피드워시 기능을 담았다. 대우일렉도 같은 기능을 갖춘 스피드업 기능을 자사 드럼세탁기에 채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내놓은 버블샷2는 1Kg 미만 세탁물을 세탁에서 건조까지 1시간 안에 끝내는 ‘원스톱버블’ 기능을 넣었다.

이들 기능은 모두 짧은 시간 안에 세탁을 마치는 것을 강조한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광고를 통해 “1시간이면 세탁부터 건조까지 끝나 바로 입고 외출할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과연 그럴까.

가전 3사가 내놓은 ‘쾌속 세탁’ 기능은 광고에서 밝힌 시간대로 작동하는지, 이렇게 세탁을 마친 제품의 건조 상태는 정말 바로 입고 다닐 수 있는 수준일까. 컨슈머저널 이버즈(www.ebuzz.co.kr)가 삼성전자와 LG전자, 대우일렉의 국내 유명 드럼세탁기 제조사 모델 3종을 대상으로 세탁기 성능 실험을 통해 확인해봤다.

◇ 어떻게 테스트했나=비교 대상 제품은 국내 드럼세탁기 중 가전업체가 강조하는 모든 기능을 담은 최대 용량 모델로 삼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쾌속 세탁 기능을 갖춘 19Kg 모델인 WD197ACGRSU(가전매장 기준 177만원), FR4960MQ1Z(백화점 기준 177만원)를 선정했다. 대우일렉은 19Kg 모델이 없어 최대 용량인 13Kg 모델인 DWD-U139RP(할인점 기준 82만원)를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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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교 대상 제품은 국내 드럼세탁기 중 최대 용량 모델로 삼았다.

실험 분야는 ‘시간대비 성능’에 초점을 맞춰 세탁시간과 건조 성능 체크로 삼았다. 세탁모드는 제품마다 강조하는 최단시간 세탁모드를 이용했다. 세탁용 샘플은 가장 많이 쓰이는 면 60%, 합성섬유(폴리에스테르) 40% 혼방 와이셔츠로 삼았다.

세탁 방법은 먼저 사전에 바싹 말린 와이셔츠 4장을 세탁기에 투입했다. 세탁 시간은 세탁과 건조 2가지 과정으로 나누고 각 과정이 끝날 때마다 스톱워치를 이용해 측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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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탁 전후 와이셔츠 무게를 측정한 다음 FMC 값을 이용해 건조성능을 측정했다.

또 건조도, 얼마나 옷이 잘 말랐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세탁 전후 와이셔츠 무게를 측정한 다음 수분 함유도를 백분율로 나타낸 FMC(건조성능. 잔여수분량)를 이용해 비교했다(FMC 공식=[(건조 후 무게-건조 전 초기 무게)/건조 전 초기 무게×100]). 세탁에 이용한 세제는 퍼펙트드럼 스피드워시, 섬유유연제는 쉐리이며 각각 최소 용량인 30g, 35ml를 썼다.

그 밖에 모든 실험 과정은 동영상으로 촬영, 시간 체크에 활용하는 한편 공정한 실험과 자문을 위해 한양대학교 의류학과 박명자 교수가 실험에 참관했다.

◇ 삼성·LG 모두 ‘1시간 안에 끝’=먼저 세탁 시간 비교다. 비교 제품마다 가장 짧은 세탁?건조 기능을 이용해 와이셔츠 4장을 세탁하고 총 소요시간을 측정했다. 대우일렉 제품은 ‘스피드UP’ 코스를 선택한 뒤 최단 건조 시간인 1시간 건조를 이용했다. LG전자 제품 역시 ‘스피드워시’ 코스를 선택한 다음 30분 시간 건조를 택했다. 삼성전자 제품은 다른 제품과 달리 1시간 안에 세탁과 건조를 마칠 수 있는 ‘원스톱 버블’ 모드를 갖춰 해당 기능을 이용했다.

다만 대우일렉과 LG전자의 쾌속 기능은 ‘세탁→헹굼→탈수’, 건조 기능 역시 ‘탈수→건조’ 과정을 거친다. 탈수 기능이 2번 들어가는 만큼 건조 과정에서 탈수 기능은 ‘사용하지 않음’으로 설정했다. 삼성전자의 ‘원스톱 버블’은 ‘세탁→헹굼→탈수→건조’를 한 번씩만 진행하는 만큼 별도 설정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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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탁에 걸린 전체 시간을 나타낸 그래프. 짧을 수록 좋다(단위 : 분).

결과를 보면 먼저 세탁 시간. LG전자 FR4960MQ1Z가 세탁·헹굼·탈수에 18분 49초, 건조에 30분 4초를 기록해 실험 모델 중 가장 짧은 시간인 48분 53초만에 세탁을 마쳤다.

삼성전자 WD197ACGRSU는 세탁·헹굼·탈수에 21분 41초, 건조에 37분 52초를 기록, 총 59분 33초만에 세탁 전 과정을 끝냈다. 마지막으로 대우일렉 DWD-U139RP는 세탁·헹굼·탈수 47분 36초, 건조 59분 41초로 총 107분 17초를 나타냈다.

◇ 원스톱버블, 건조 후에도 반나절이상 자연 건조 필요 =중요한 건 여기부터다. 세탁을 마친 샘플을 대상으로 건조 성능을 따져봤다. 세탁 전후 와이셔츠 옷감 무게를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측정한 결과를 바탕으로 FMC(건조성능) 수치를 뽑아봤다. FMC는 수치가 낮을수록 건조과정에서 잘 말랐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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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탁전·후 중량을 이용해 구한 FMC값. 0에 가까울 수록 우수하며 0 미만의 값은 0으로 본다.

건조 성능을 측정한 결과 LG전자 FR4960MQ1Z는 세탁 전 무게 801.32g, 세탁 후 무게는 867.03g으로 와이셔츠 1장당 약 15g이 늘어났다. FMC는 7.58%를 나타냈다. 반면 삼성전자 WD197ACGRSU는 세탁 전 무게 801.55g, 세탁 후 무게는 968.51g으로 와이셔츠 1장당 약 41g이 늘어났다. 이는 소주잔 한 잔(50ml)에 약간 못미치는 만큼의 물을 담아 바싹 마른 와이셔츠에 뿌린 것과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세탁 후 무게로 측정한 FMC 값은 LG전자 제품의 2배 이상인 17.24%에 달했다. LG전자 제품이 와이셔츠 깃에만 수분이 남아 1~2시간 말린 뒤 입을 수준이라면 삼성전자 제품은 축축한 부분이 많아 반나절 이상 자연 건조가 필요한 수준이다. 건조 시간 역시 LG전자 제품에 비해 7분 이상 뒤졌다.

건조 성능이 마이너스(-)로 측정된 제품도 있다. 대우일렉 DWD-U139RP는 세탁 전 무게가 802.4g이었지만 세탁 후 무게는 788.25g으로 오히려 더 가벼워진 것. 이에 따라 FMC도 -1.8%(0%로 봐도 무방)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박명자 교수는 2가지를 원인으로 제시했다. 섬유가 흡수하는 수분 흡수량과 건조 온도에 따른 차이라는 것. “의류 건조기를 이용해 옷을 바싹 마른 ‘본드라이’ 상태로 만들어도 옷감이 수분을 흡수한다. 이를테면 면은 전체 무게의 8%가 수분이며 양모는 16%가 물로 이뤄져있다. 반면 합성섬유는 수분을 전혀 흡수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무게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하나의 원인은 바로 건조 온도에 대한 차이다. 박 교수는 “물질은 온도가 다르면 무게가 달라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LG전자·삼성전자 제품은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세탁물을 말린 반면 대우일렉 제품은 더 높은 온도에서 세탁물을 말렸다. 이 때문에 더 가볍게 측정되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고온 때문에 일시적으로 무게 차이가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온도가 식으면 다시 무게가 올라갈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전체 세탁 과정을 마친 와이셔츠를 만져보면 삼성전자 세탁기에서 꺼낸 와이셔츠는 전체적으로 습기가 축축하게 느껴졌고 LG전자 세탁기에서 꺼낸 와이셔츠는 깃?소매 부분에만 수분이 느껴졌다. 반면 대우일렉 세탁기에서 꺼낸 와이셔츠는 바싹 말랐지만 보송보송한 느낌은 사라졌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합성섬유 같은 걸 고온 건조하면 구김이 생기는데 잘 안 펴지고 심하면 섬유 결정이 바뀌어서 절대로 안 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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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조건 따져봐도…‘수분량 5배나 차이?"=이번에는 최대한 동일한 조건으로 설정해 같은 실험을 해봤다.

삼성전자 WD197ACGRSU도 LG전자·대우일렉 제품과 마찬가지로 1Kg 미만의 세탁물을 빠르게 세탁할 수 있는 ‘소량/쾌속’ 모드를 갖췄다. LG전자 FR4960MQ1Z와 동일한 방법으로 쾌속 세탁·30분 건조를 수행했을 때 결과는 어떨까. 먼저 시간부터 살펴보면 세탁?헹굼?탈수에 총 19분 32초, 건조에 30분 47초가 걸려, 삼성전자 제품의 전체 시간은 50분 19초로 같은 조건에서 세탁을 시행한 LG전자 제품보다 2분 가량 늦게 끝났다.

건조 성능에선 더 큰 차이를 보였다. 세탁 전 무게가 798.85g이었던 와이셔츠가 세탁 후에는 1,300g(1.3Kg)으로 늘어났다. 와이셔츠 2장(약 400g) 이상 무게가 늘어난 셈이다. FMC 수치 역시 38.55%에 달해 LG전자 FR4960MQ1Z(7.58%)의 5배 이상을 나타냈다. 수분을 많이 머금고 있는 상태로 옷의 무게감이 상당하고, 탈수 과정을 한번 더 거친 후 자연 건조까지 필요한 수준이다.

마찬가지로 대우일렉 제품은 앞선 테스트에서 다른 제품의 건조시간인 30분으로 강제 설정(1시간 설정 후 30분 강제 종료) 후 실험해보면 세탁·헹굼·탈수에 43분 51초, 건조에 30분으로 총 73분 51초가 걸린다. 세탁 전후 무게는 각각 796.35, 788.4g, FMC 수치도 -1.01%를 기록했다.

◇ 시간대비 성능, LG전자 제품 탁월=이처럼 세탁기마다 건조 성능에서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이번 실험을 참관한 박명자 교수는 “세탁 과정에서 세탁기와 세제가 하는 일은 각기 다르다. 이 중 세탁물에서 기름기 등을 뽑아내는 것이 세제의 역할이고 세탁기는 물리적인 힘만 제공한다. 특히 수분을 뽑아내는 탈수·건조 과정에서 모터 역할이 중요하다. LG전자는 모터와 세탁조가 직접 연결되는 DD(다이렉트 드라이브)모터의 효율을 높여 물리적인 힘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세탁 시간이 줄어들면 좋은 점이 많다. 먼저 물을 절약할 수 있고 드럼세탁기를 구동하는데 필요한 전기요금도 아낄 수 있다. 무엇보다 의류를 구성하는 섬유가 손상될 확률도 낮아진다. 하지만 세탁 시간이 짧아지면 세제잔류량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이런 의문에 대해 박 교수는 “그렇지 않다. 드럼세탁기는 끊임없이 물을 빼고 채우면서 빨랫감을 헹구기 때문에 기존 통돌이세탁기보다 더 효과적인 탈수 성능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특히 드럼세탁기를 쓸 때는 세제마다 정해진 표준사용량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드럼세탁기용 세제에는 거품을 줄이기 위한 ‘소포제’가 들어가 있어 일반 세탁기용 세제와 달리 거품이 적게 난다. 하지만 거품이 적게 난다고 해서 표준사용량 이상으로 세제를 넣으면 헹굼량을 더 늘려야 하기 때문에 물과 전기가 낭비되고 세탁 시간도 늘어난다. 또 천연 섬유나 합성 섬유 등 각종 세제에 맞는 세탁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세탁기의 성능은 세탁 시간뿐만 아니라 세탁물 엉킴도, 세제잔류량, 손상도 등 여러 기준이 있지만 세탁 시간과 건조를 기준으로 삼은 이번 실험에서는 LG전자 제품이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건조시간뿐만 아니라 전체 세탁 시간이 삼성전자 제품보다 10분 가량 짧은데도 더 우수한 건조성능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실험 결과 시간대비 성능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에는 LG전자 제품이 가장 뛰어난 세탁 건조 성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비교 테스트를 통해 드럼세탁기의 건조시간과 성능을 살펴본 결과, 제품을 구입하기 전 소비자가 단순히 각사가 주장하는 시간만을 고려하기보다는 시간 대비 건조성능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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