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우리나라는 세계 9번째 무역 1조달러 국가 대열에 합류했다. 7대 수출국으로 도약했고 휴대폰·조선 산업 세계 1위 달성, 디스플레이·메모리반도체 세계 선두 유지, 반도체(3위)와 자동차(5위)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만들었다.
하지만 세계 경제는 유로 재정위기 등 경기침체 우려와 금융부문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지식고도화, 스마트혁명으로 글로벌 경쟁 양상이 급변했다. 기후변화 가속화로 저탄소·녹색성장 압력도 높아졌다. 경제중심도 미국과 중국 2강 체제 아래 신흥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한다.
우리나라는 2%대 경제성장이 예상되는 어려운 상황에 중소기업 체감 경기 악화 등 경제부문 간 격차는 여전하다. 이 때문에 성장과 복지를 아우르는 따뜻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청년인력을 흡수할 매력적인 일자리창출에 대한 요구가 크다.
변화에 맞춰 지식경제부는 주력산업 경쟁력을 토대로 동반선장과 녹색성장을 선도하며 `산업강국, 무역대국` 완성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고용과 외자유치 노력, 기술강국을 위한 연구개발(R&D) 확대, 해외 에너지자원 지배력 강화 및 저탄소·녹색성장에 힘을 싣는다.
실물경제 융합, 지식정보화, 성장동력 확충 등 산업진흥 정책을 총괄하며 `국민이 행복한 2조달러 경제 실현`을 선도하는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을 허운나 스타트업포럼 이사장이 만났다.
-허운나 스타트업포럼 이사장=작년 무역 1조달러를 달성했다. 이제 무역 2조달러 달성을 위해 나가야할 시점이다. 미래 준비를 위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미래 먹거리에 대한 생각은.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현재 단기간적으로 수출이 어렵지만 어차피 우리나라만 겪는 것이 아니고 세계 시장이 공통된 사항이다. 헤쳐 나가야 한다.
2조달러 달성은 좋은 먹거리 창출이 관건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기존 주력 제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산업강국의 위상을 확보했지만 뚜렷한 차세대 성장 동력이 없다는 위기감이 대두됐다.
우리 미래성장 먹거리는 주력산업의 지속적인 성장활력을 제공하고 세계 경제의 큰 흐름에 맞는 신산업을 창출·육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2009년부터 신성장동력 분야를 선정 육성한 결과 IT융합, 방통융합, LED, 원전 등 분야에서 주력산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신성장동력 선도국으로 부상했다.
신재생과 바이오 등 신수종 분야 기술 확보를 통해 수출, 시장 확대 가능성도 확인했다. 앞으로 산업 간 칸막이가 사라지고, 소비자 기호가 다양해짐에 따라 산업융합을 통해 새로운 유망 신산업을 창출하도록 기업들과 함께 노력할 것이다.
-허운나=융합이 화두다. 기술과 기술 간 융합은 물론이고 최근 홍 장관은 인문과 기술의 융합 등 다양한 융합에 관심을 두고 있다. 향후 시대가 요구하는 융합의 방향은.
▲홍석우=융합의 가치는 `수학적 상상력과 인문학적 상상력이 만나서 제3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경제는 융합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산업구조와 사회·경제적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스마트폰도 그 가운데 하나다.
많은 사람도 이런 방향성에 공감하고 있고, 정부도 이런 추세에 대응, 산업융합발전 기본계획을 통해 융합시대 우리 산업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가장 필요한 것은 정부, 기업, 국민, 학계가 각각의 위치에서 서로의 빈 만큼을 메우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허운나=함께 가는 공생발전 산업 생태계 조성도 화두다. 이런 요구가 일어나는 이유와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문화정착을 위해 가장 필요한 부분은.
▲홍석우=2조달러로 가기 위해서는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그 축을 이루는 것이 먹거리 창출(핵심은 융합)과 동반성장, 즉 함께 가야 한다는 말이다. 대·중소기업도 중요하지만 지역과 수도권도 함께 가야 한다.
동반성장이라는 화두는 산업 파이를 키우는데 몰두했던 우리 경제와 사회가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권에서 많이 거론되는 경제민주화도 비슷한 맥락으로 본다. 정부도 관련법(하도급법)을 개정해 대·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토대를 마련했으며 성과공유제 등 동반성장 모델을 보급하고 있다.
하지만 동반성장은 법과 제도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가 중요하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합리적인 보상을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와 기업 등 다양한 관계에서도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과거 당연시 했던 `(모르고 했던)갑의 횡포`를 고치는 것이 동반성장이다. 제도로 바꾸기도 하지만 문화가 바뀌는 게 최선이다. 대통령께서 오너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인식 못한 횡포`에 대한 부분이다.
인식변화를 위한 실천 포인트로 잡은 것이 `성과공유`다. 연말까지 대기업과 공기업 등 70여개 회사가 성과공유제에 동참할 예정이다. 공기업은 물론이고 정부사업에서도 소프트웨어 제값 주기 등 그 동안 인식하지 못한 갑의 횡포를 줄이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재정부나 국토부 등 다른 부처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이런 주제는 어떤 외적 영향에 관계없이 굳건하게 끌고 갈 주제라고 생각한다. 긴장감을 가지고 꾸준히 추진할 생각이다.
-허운나=고용, 특히 청년 일자리 창출이 국가적 과제다. 올해 지식경제부 주요 업무로도 포함된 것으로 안다. 청년 일자리 창출에 대한 방향은.
▲홍석우=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2배가 넘는다. 고용율도 2005년부터 감소해 40%에 정체된 모습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 고용을 늘리는 것이다.
정부 연구개발(R&D) 비용 중 인건비에 대한 조정 등 고용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단순 일자리보다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부분에 주력하고 있다. 알려지지 않은 좋은 기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희망이음 프로젝트 등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희망이음 프로젝트는 지역 인재의 수도권 유출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지역 청년과 우수 지역기업 간 상호 교류를 활성화해 지역기업에 대한 인식 제고와 취업연계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다. 현재 지역별 소규모 채용박람회도 준비하고 있다.
기존 공단을 청년들이 근무하고 싶은 환경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행복산업단지(QWL) 사업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우리 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뿌리산업 구조고도화 사업 등도 이런 맥락이다.
-허운나=직업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청년들에게 직업 선택의 조언을 해준다면.
▲홍석우=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 그래야 그 영역에서 성공하고, 부도 창출된다. 누가 하라고 해서 하면 안 된다.
유망하지 않은 분야는 없다. 어느 분야든 몰입하는 사람에게 시장이 열린다. 우리 애한테도 동일하게 얘기한다. 기업 안전성면에서 대기업을 선호하겠지만, 너무 거기에 연연하지 말았으면 한다. S사 같은 경우 2년 내에 신입사원의 절반 정도가 퇴사한다고 한다. 중소기업에서 본인이 주축이 돼서 역량을 발휘하는 것도 좋다.
이명박 대통령도 당시 현대건설이 중소기업이니까 30대 초 사장이 될 수 있었다. 중소기업을 키워가는 재미도 알아야 한다. 물론 청년들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좋은 중소기업이 어디인지를 모른다고 한다. 그래서 정부가 좋은 중소기업을 많이 알려주려고 한다.
-허운나=창업도 일자리 창출의 방법 중 하나일 수 있다. 대학·국가·청년 등 각 주체를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과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창업 활성화는 위해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홍석우=가장 중요한 것은 청년층이 두려움 없이 창업할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 조성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젊은이들에게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것들을 제공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정부 정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젊은이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는 정신, 즉 기업가(모험) 정신과 창업에 대한 인식전환이다. 기업가 정신을 무조건 도전정신으로만 표현하면 자칫 `탐험가`로 오해할 수 있다. 기업가가 탐험가와 다른 것은 새로운 가치창출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취업이 안돼서 창업하겠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창업에 뛰어드는 것은 반대한다. 창업하면 나의 삶을 살고, 취업하면 남의 삶을 산다는 말이 있듯이 나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남다른 의지가 필요하다. 여러가지 창업에 대한 다양한 정책이 있다. 이런 정책들은 중기청에서 다양하게 추진한다.
-허운나=IT 산업은 모든 산업의 경쟁력을 더해주는 기반산업 역할을 한다. IT 산업의 발전을 위해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점이라고 생각하나.
▲홍석우=IT는 자유와 창의, 개방과 경쟁을 통해 성장하는 산업이다. IT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민간의 창의력을 가장 발산시킬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중요하다.
정부는 규제를 최대한 완화하는 것이 좋다. 소프트웨어진흥법처럼 중소기업 기반육성을 위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후방에서 시장 실패를 보완하고 금융·의료·교육 등 다양한 분야와 융합을 통한 신시장 창출이 가능하도록 중장기 성장기반 마련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 융합시대에 혁신적 부가가치는 IT산업간 경계를 넘어 전 산업 및 전 생활 영역과의 융합을 통해 창출될 것이다. 영역별 특성에 부합되는 발전전략, 정책 영역별 권한과 책임의 일치를 통해 IT 자체 및 IT융합의 다양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정리=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산자부에서 무역·통상 업무는 물론이고 미래생활산업본부장 등을 맡으며 IT·전자산업에 대한 식견도 갖췄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중소기업청장을 맡아 연구개발(R&D)과 벤처형 혁신에 빼어난 중소기업 육성에 많은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KOTRA 사장을 거쳐 작년 11월 지식경제부 장관에 취임했다. 다양한 공직경험을 통해 산업계 전반을 아우르는 미시·거시적 안목을 갖췄다는 평가다.
지경부 장관으로 취임해 많은 논란을 빚었던 성과공유제 도입 등 현 정부 최대 과제인 동반성장에 대한 기반을 닦았다. 전력문제 해결을 위해 각종 정책 대안마련은 물론이고 국민발전소 등 전기절약을 실천적인 국민운동으로 확산시켰다. 최근 무역 2조달러 달성을 위한 신성장동력 창출과 함께 국내 산업 체질을 변화시킬 중견기업 육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