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극장가에 오랜만의 정통 홍콩 영화 `나이트폴`이 나타났다. 잔혹한 연쇄살인마와 끈질기게 진실을 뒤쫓는 형사의 치밀한 대결을 그린 정통 하드보일드 스릴러로 국내 흥행에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나이트폴은 `도둑들`의 `첸`으로 연기했던 `임달화`가 주연을 맡은 영화다. 도둑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캐릭터로 변신했다.
강력계 베테랑 형사 람(임달화)은 뛰어난 수사 능력을 가졌지만 정작 아내의 자살사건을 풀지 못해 괴로워한다. 은퇴 연주회를 앞둔 유명 피아니스트가 참혹한 사체로 발견된다. 사건을 맡은 람은 21년 전 살인사건과의 연관성으로 가석방 중인 왕원양(장가휘)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다.
형사들의 끈질긴 추격에도 매번 교묘히 빠져나가는 왕원양. 한편 죽은 피아니스트의 딸인 서설(문영산)에게 스토커 위협이 이어진다. 왕원양이 범인이라는 증거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수사망을 좁혀나가던 람은 사건의 배후에 도사린 끔찍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홍콩 영화계의 활력은 다소 침체 됐다. 전성기를 주도하던 스타 배우들이 할리우드로 떠났다. 영화계도 흥행한 이야기를 조금만 바꿔 찍은 영화들이 활개하면서 나태해지고 자족적인 풍토로 변했다. 1990년대 이후 심화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한 때 `첨밀밀`과 같은 멜로물이 붐을 이뤘지만 이 역시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고 말았다.
2000년대 들어 다시 무작위식 액션 영화를 양산하며 국내외적 위기에 봉착했던 홍콩 영화계는 `무간도` 시리즈를 필두로 자기 정체성 찾기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홍콩판 `추격자`로서 새로운 감각의 스릴러를 선사할 나이트폴이 기대되는 이유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