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한국 사회에서 TV는 동네에 한 대 밖에 없는 `부의 상징` 이었다. 온 동네 사람들이 TV가 있는 집으로 몰려가 평상에 둘러 앉아 함께 보거나 저녁을 먹은 뒤 옆집에 TV를 보러 가는 것은 흔한 풍경이었다. 남녀노소 흑백TV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함께 울고 웃는 광경은 그 시절의 대표적인 추억거리 중 하나다.
최초의 국산TV로 큰 인기를 끈 제품은 금성사의 흑백TV `VD-191`이다. 이 제품은 1968년까지 누적 4만635대가 생산됐다. 쌀 27가마에 해당하는 고가였지만 공개 추첨을 통해 판매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폭발적이었다.
흑백TV 생산 약 12년 만인 1980년에 국내 시장에 컬러TV 시판이 허용되고 컬러TV 방송도 시작했다. 컬러TV 방송을 앞두고 해외 수출용 제품 재고가 모두 소진되는 현상도 발생했다.
당시 금성사, 삼성전자, 대한전선 등 컬러TV 제조사들은 공격적으로 매년 신 모델을 선보여 1년마다 수십여종의 컬러TV 신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10인치대에서 20~30인치대 컬러TV들이 1990년대 후반까지 인기를 얻었다.
2000년대는 일본에 전적으로 수입을 의존하던 브라운관 TV에서 디지털TV로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PDP와 LCD TV 시장이 급속히 확대됐다.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는 디스플레이 주도권 확보를 위해 대형 PDP와 LCD 패널을 자체 생산했다. 성능뿐만 아니라 디자인까지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2006년 선보인 `보르도 TV` 시리즈로 세계 시장에서 대 히트를 치며 사상 처음 분기 기준 세계 LCD TV 판매 1위에 올랐다. 와인잔을 형상화한 보르도 TV는 베젤을 덮는 고광택 피아노 블랙 컬러가 핵심이다. 삼성전자는 보르도 TV 이후 디자인을 강조한 TV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2006년 이후 6년 연속 세계 TV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다.
LG전자의 간판 제품은 2008년 출시한 `스칼렛 LCD TV`다. 전원 버튼에 터치 센서를 적용했으며 붉은색을 가미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자아냈다. 세계 80개 국가에 동시 출시한 첫 모델로 두 달 만에 2만대를 판매했다. 스칼렛 TV 인기에 힘입어 LG전자는 세계 LCD TV 시장 5위에서 3위로 도약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