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에 이어 행정기관도 애플이 삼성전자 통신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예비판결을 내놓았다. 미국이 잇따라 자국 기업에 유리한 판결을 내놓으면서 삼성전자 특허전략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14일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미국 내 IT기기 수입금지 요청에 대해 특허 침해 사실이 없다는 예비판결을 내렸다.
제임스 길디 ITC 행정판사는 ITC 홈페이지에서 삼성전자가 주장한 침해 특허 네 건을 열거한 뒤 애플이 특허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공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애플이 데이터 변환, 음악 데이터 저장 등 네 개 특허를 침해했다며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의 미국 내 수입금지를 ITC에 요청했다. 애플은 미국 기업이지만 주요 제품을 해외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지면 사실상 자국 시장에서 사업이 불가능해진다.
애플도 이에 맞서 삼성전자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지난해 7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애플 제소에 대한 ITC 예비판결은 이르면 다음달 나올 예정이다.
ITC 예비판결이 나오자 삼성전자는 “최종 판결에서 ITC가 우리 주장을 확인할 것으로 확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ITC는 추가 조사와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초 최종 판결을 내린다.
그간 사례에 비춰볼 때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예비판결이 뒤집히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길디 판사는 홈페이지에서 “(삼성전자가 문제를 제기한) 특허 네 건을 활용하는 국내(미국) 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언급까지 했다.
최종 판결도 애플에 유리한 방향으로 나오면 삼성전자는 특허전략 수정을 고민해야 한다. 그간 삼성전자는 디자인과 독창성을 강조하는 애플에 맞서 객관적 입증이 가능한 통신 특허로 대응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지난달 미국 법원이 배심원 평결에서 애플 손을 들어준데 이어 통상문제를 담당하는 ITC에서도 애플에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
미국이 자국 기업을 지원하고자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한다는 비난이 제기됐다. 사실 여부를 떠나 미국에서만큼은 삼성전자 통신 특허 카드가 통하지 않은 셈이다.
정우성 최정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배심원 평결에 이어 ITC 예비판결도 불리하게 받은 삼성전자로서는 소송 성패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더 이상 확전을 자제하고 항소에 집중해 소송 규모를 줄이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