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감 있는 영상을 보여주는 3DTV는 2010년 본격적인 제품화가 이뤄졌다. 주요 업체를 중심으로 관련 기술에 대한 준비는 어느 정도 해왔다. 당시 3D 영화 `아바타`가 큰 흥행에 성공하면서 3DTV열풍까지 주도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3DTV를 업계 최초로 출시한 업체는 삼성전자였다. 해마다 새로운 TV 컨셉트를 제시해온 삼성전자는 2009년 발광다이오드(LED) TV에 2010년 3DTV를 키워드로 들고 나왔다. 사상 처음 3D로 생중계가 시도된 남아공 월드컵 등의 영향으로 3DTV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크게 높아진 시기다.
2010년 세계 3DTV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80% 이상의 폭발적 점유율을 기록하며 초기 시장을 확실하게 장악했다. 삼성전자는 북미·유럽·CIS 등 전 세계 주요 지역에서 `3DTV=삼성`이라는 공식을 만들며 1위 자리를 확실히 굳혔다. 2010년 미국에서 판매된 3DTV 5대 중 4대는 삼성전자 제품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후 3DTV를 강력히 소구한 회사는 LG전자다. LG전자는 TV 마케팅과 제품 차별화의 포인트로 `3D`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LG전자는 2011, 2012년 3D 마케팅으로 전반적 TV 점유율 상승세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3DTV는 상용화 초기부터 기술 공방이 치열했다.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셔터글라스(SG)방식과 LG전자가 강조하는 편광필름패턴(FPR) 방식간 대결이다. SG는 안경의 좌우 측면에서 영상을 순차적으로 재생하는 전자방식을 이용한다. 양쪽 눈에 들어오는 영상을 빠르게 열고 닫는 방식으로 입체감을 만들어 낸다. FPR은 TV 화면에 해당하는 패널에 필름을 부착하고 시청자가 편광 안경을 착용해 좌우에 전달되는 다른 영상을 보면서 입체감을 만든다.
SG계열은 영상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입체감을 얻기 위해서는 셔터글라스 방식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FPR 진영은 깜박임이 없고, 별도 전자장치가 들어가지 않는 가벼운 안경으로 입체감을 얻는 것은 편광필름 방식이라며 맞불을 놓았다.
3D와 관련해 화질 논쟁, 기술 우위 논쟁은 아직까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후발주자 격인 FPR 진영의 확산은 계속되는 추세다. 중국은 물론 SG 방식을 쓰던 일본 업체 몇 곳이 FPR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상태다. 소비자가 이용하는 편리성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는 평가다.
이후 삼성전자는 2011년 상반기부터 `3D`가 아니라 `스마트`를 TV 마케팅의 대표 키워드로 전환했다. 3D 보다는 인터넷과 연결해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를 구현하는 스마트TV 올인 전략이다.
반면 LG전자는 3D 공세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3D로 한판 붙자`거나 `지금은 3D 시대` 등의 어휘를 사용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3DTV 공세를 아직까지 계속하고 있다. 3D에서 쌓은 이미지와 노하우를 활용, TV사업 전반으로 넓혀간다는 게 LG전자의 핵심 전략이다.
3D와 관련한 기술 공방은 전반적인 3DTV 인지도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큰 관심이 없는 일반 시청자들까지 3DTV를 알게 됐고, 새로 구입하는 제품에서는 3DTV를 구매하겠다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
3D 열풍은 TV를 넘어 다양한 다른 여러 산업군으로도 확대되는 추세다. 3DTV가 도입되기 시작한 이후 다양한 산업에도 3D 열풍이 확산됐다. 입체를 활용한 온라인 교육, 건축 설계, 의류 디자인, 군용 시뮬레이션 등 활용할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국내에 별도의 3D산업협회가 발족한 것도 이 즈음이다.
3D 산업의 고성장에는 업계에서 큰 이견이 없다. 다만 기술방식 논란은 무안경 3D 기술이 나오는 시점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안경이 없이 3D를 시청하는 기술은 언젠가는 등장할 기술이다. 이미 삼성, LG는 TV 업계 1, 2위 업체는 물론 도시바와 샤프 등도 관련 시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안경 방식은 아직까지 입체감이 약하고 고정된 위치에서만 시청할 수 있는 등 상용화 단계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일반적 해석이다.
2012년에는 국내에도 3D 지상파 시범방송 시대가 열렸다. 3DTV의 본격적 확산을 위한 신호탄이 될 수 있다. SBS는 지상파 채널 66번을 통해 서울과 경기도 일부지역에서 3D 올림픽 중계를 선보였다. 올림픽을 계기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림픽 3D 애플리케이션으로 주요 종목에 대한 3D 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물론 3D 올림픽 다시보기, 하이라이트 등을 제공하면서 3DTV 확산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최근 헐리우드나 충무로에서도 3D를 이용한 영화제작이 크게 늘고 있는 것도 3DTV 업계에는 긍정적 신호다. 극장에서 3D 영화를 즐기던 것을 넘어, 가정에서 3D 영화를 시청하기 원하는 시청자라면 3DTV에 대한 욕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주요 TV 메이커들의 주력제품에는 이미 3D 기능이 스마트 기능과 함께 탑재되고 있다. 한번 구매하면 7년 정도 사용하는 TV의 특성상 이미 3DTV는 일반 TV의 보완재 성격을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
◆ 노석호 LG전자 TV사업부장
“2010년 출시되기 시작한 3DTV가 이제는 TV의 대세가 됐습니다. LG전자는 향후 생산하는 TV의 70%까지 3DTV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LG전자는 TV에서 `3D`를 강조한다. 삼성전자가 `스마트`를 키워드로 제공하는 것과는 다른 접근이다. 노석호 LG전자 TV사업부장(전무)은 회사의 TV사업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다. 업계에서는 그를 `3DTV 전도사`라 부른다.
3DTV가 도입되던 초기상황에 대해 그는 “2010년에는 차세대TV의 주역으로 3D가 주목 받으면서, 한국과 일본의 전자업체들이 3DTV 신제품을 출시했다. 2009년 아바타 이후 3D 혁명을 극장에서 일반 소비자의 `안방극장`으로 확대시키기 위한 TV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했던 시기”라고 회고했다.
LG전자는 3DTV로 많은 기회를 잡은 기업으로 꼽힌다. 노 전무는 “2011년부터 사용자 편의성을 강화한 편광필름패턴(FPR) 방식의 새로운 3D 기술을 개발하면서 3D 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며 “LG전자 3DTV는 2012년 2분기 세계 3D TV 시장점유율 20% 고지를 처음으로 넘었다. 2011년초 시장점유율이 6% 미만이던 것에 비하면 최고의 성장률를 기록중”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2012년 1분기 세계 3D TV 시장에서 점유율을 16%로 끌어 올려 2위를 지켰고, 1위와의 격차를 1년 만에 26%에서 9%로 17%포인트나 줄였다.
노 전무는 3D 기술 공방에서 FPR이 확실한 우위를 잡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편광필름패턴(FPR) 3D 패널을 적용한 TV가 글로벌 표준이 될 것으로 본다”며 “LG가 처음으로 선보인 이후 글로벌 TV 업체들이 앞다퉈 FPR 3D를 확대 적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비지오와 필립스, 중국 스카이워스, 콩카, 하이센스, 하이얼, 창홍, TCL 등이 FPR 3D 진영에 속속 합류하며 FPR 3D TV를 출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SG 진영의 소니가 중국에서 FPR 3D TV를 출시한 것도 의미있는 변화로 꼽왔다.
런던 올림픽에서 3D 중계가 시작되는 등 관련 콘텐츠 확산은 3DTV에는 기회 요인이다.
그는 “궁극적으로 3D를 즐길 수 있는 방송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TV자체에서 즐길 수 있는 3D 콘텐츠가 더욱 확대되고 있어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3D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3D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3D를 강조하는 LG전자의 향후 TV 전략도 관심사다. LG전자는 향후 전체 TV 제품 중 FPR 3D TV 제품 비중을 70%까지 확대하여 3DTV 시장점유율 1위를 목표로 제시했다.
노 전무는 “하드웨어 측면에서도 기술진화가 상당히 진행되어 고객들이 3D를 보다 생생하게 즐길 수 있도록 몰입감을 극대화한 제로베젤의 디자인과 초대형화면의 UD TV 및 OLED TV 등 다양한 TV가 생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