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CEO)이 최근 애플과의 소송전 및 부품 공급 등을 둘러싼 세간의 우려에 대해 `비즈니스는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애플이 특허 소송전의 후속 조치로 차기 아이폰에서 삼성전자 부품(D램, 낸드플래시 등)을 채택하지 않았다는 논란에 대해 소송전과 부품 사업을 연관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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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이건희 회장의 홍콩 출장길에 배웅을 나온 권오현 부회장은 “(애플에 대해 걱정들이 많은데) 걱정할 것 없다”며 “소송과는 관계없는 비즈니스이고, 감성적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애플이 최근 차기 아이폰의 주요 부품 공급선을 삼성 경쟁사들로 옮기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시장 논리에 따라 현실적으로 접근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애플의 이번 부품 공급선 다변화 움직임은 오히려 삼성전자의 전략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소송전과 별개로 애플이 자사 제품에서 삼성전자의 부품을 모두 빼지는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소송전이 첨예하게 불거지기 이전에 이미 애플의 차기 아이폰에 무리하게 낮은 가격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를 공급하지 않는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안다”며 “핵심 부품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여전히 삼성전자가 단독 공급한다는 점에서 애플의 부품 가격 인하 전략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애플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연간 11조원 규모의 부품을 삼성전자 및 관련 계열사로부터 공급받는다. 삼성전자 고객사 중 최대 규모지만, 최근 삼성전자와의 소송전이 격화되면서 `탈(脫) 삼성` 움직임도 포착됐다. 이에 권 부회장은 얼마 전 대만을 방문, 주요 고객사에 이 같은 루머에 대해 해명하고 협력 관계를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