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바`처럼 환경 변화에 맞춰 회사는 지속적으로 변화해야 합니다.”-린치아틴 타텅그룹 최고전략책임가(CSO)
“회사 지분을 많이 보유할 수는 있겠지만, 경영에 무조건 참여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업승계) 조건이 갖춰져도 능력이 없다면 회사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후앙유진 테코그룹 IT&전자공학부문 사장
대만 강소 기술기업들이 중소·중견 장수기업 연구차 대만을 찾은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가업승계기업협의회(회장 강상훈)와 가진 간담회에서 밝힌 장수 비결이다. 타텅그룹은 1918년, 테코그룹은 1956년 설립됐다. 이들은 기업 장수 요건으로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 `가업승계 기업인의 탁월한 능력` `사회공헌`을 강조했다.
변화와 혁신은 가업승계자 본인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린우이산 타텅그룹 회장은 지난 6일 그룹 임원과 한국가업승계기업협의회 간담회에 깜짝 등장했다. 함께 일할 한국기업을 찾았다. 사전조사도 마쳤다. 관심기업 관계자와 직접 만나 상담했다. 린 회장과 상담한 우상석 테크원 과장은 “우리가 보유한 기술을 타텅그룹이 검토하다가 이익 문제로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고 전하며 “린 회장이 기술을 자세히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테크원은 DVD플레이어 광디스크 인식기술 보유 업체다.
가업 승계가 능력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도 꼽았다. 다른 임직원과 동일한 경쟁을 펼쳐 능력을 인정받아야 최고 자리에 올라선다는 설명이다. 창업주 3세대인 후앙유진 테코그룹 사장은 “이해할 수 없는 조건으로 (테코그룹) 입사를 거절당한 적이 있다. 할아버지·아버지 모두 회장을 역임했는데도 입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후앙 사장은 “경영진은 2·3세대에게 쉽게 기회를 주지 않고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한다”면서 “가령 중국·인도 등 외국을 많이 알아야 한다. 동남아는 물론이고 일본과 한국 상황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밖에서 사회생활할 때 배운 게 많았다. 그때 직장인이 무슨 생각을 하고 고충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린치팅 타텅그룹 CSO도 “1대에는 바름(正), 정성(誠), 근면(勤), 검소(儉) 네 가지만을 요구했지만 2대부터 `나라에 은혜를 갚자`, 3대는 `이노베이션정신`을 함께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실적이 많지 않아도 사회공헌은 필수라는 점도 강조했다. 타텅·테코그룹을 포함해 협의회가 찾은 식품업체 이메이도 기금을 조성해 사회공헌에 적극적이었다. 환경·예술·교육·체육 4개 분야 기금을 조성하거나 참여한다. 니협리 이메이 이사는 “사회공헌을 한다는 것을 외부에서 잘 알고 있다”며 “좋은 일을 하는 것이 꼭 보답을 위한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이 좋은 것을 보니 우리를 더 인정한다”고 말했다. 테코그룹도 사회공헌 목적의 기금을 조성해 운영 중이다. 타이완 정부와 공동으로 남강소프트웨어파크를 조성, 신생 중소·벤처기업 성장을 지원한다.
타이베이(대만)=
대만 장수기업 만난 한국기업 반응
대만 장수기업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2·3세 기업인은 장수기업일수록 가업승계자가 겸손하고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는 점을 인식했다.
강상훈 가업승계기업협의회장은 “일본·독일·대만의 성공 장수기업 모두 능력 없는 자식에게 가업을 맡기지 않았다”며 “오히려 2·3세에게 더 많은 능력을 요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희석 만구수산 대표는 “가업승계 기업인에게 사회의 시각이 좋지 않은 것을 안다. `너희(2·3세 기업가)는 왜 50미터 앞서서 출발하느냐`는 불만도 들었다”면서 “그런 직원이 이해하도록 우리가 명분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김주만 우신피그먼트 팀장은 “가업승계자에게 겸손함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았다”며 “돈만이 아닌 국가 이익과 사회공헌 등에 적극 나서는 기업이 돼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창호 중기중앙회 가업승계지원센터장도 “방문한 대만기업 모두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그런 모습이 상속세 인하에도 국민이 반대하지 않은 것 같다”며 “정부는 중소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만은 해외에서의 상속을 막기 위해 상속세를 40%에서 10%로 낮췄다. 상당수 기업은 상속세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분을 사회에 기부한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