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한 사람이 문자를 구별할 수 있는 수준의 인공 망막이 수년 내에 상용화될 전망이다.
9일 닛케이산업신문에 따르면 일본 오사카대학 의학팀이 글자 판별이 가능할 정도의 전자 인공 망막 기술을 개발해 다음 달부터 동물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동물 실험을 통해 안정성 등이 입증되면 임상실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오사카대학 이학계 연구팀이 개발한 전자 인공 망막은 소형 비디오 카메라와 코일, 전극과 IC칩 등으로 구성돼 있다. 카메라가 포착한 영상을 컴퓨터로 처리, 귀 상단에 착용한 장치를 통해 신호를 전달해 안구 흰자위 부분에 포함된 5㎜ 크기의 전극판이 시신경을 자극해 사물을 판별하게 된다. 빛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세포 역할을 인공 망막이 대체하는 원리다.
현재 개발된 1세대 전자 인공 망막을 녹내장으로 앓고 실명한 환자에게 장착해 실험한 결과, 9개 전구가 깜박이는 명암을 인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전극이 늘어날수록 이미지가 더 선명하게 나타나 2세대 전자 인공 망막은 전극수를 49극으로 늘릴 방침이다. 2세대 제품은 눈 앞에 크게 쓰인 문자를 인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음 달부터 동물 실험을 착수하고 2016년부터 임상 실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연구팀은 2세대 제품이 실용화되면 일본 내에서만 시력을 잃은 환자 1만여명이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49극 전극판을 2매 장착해 사물 이미지 인식률을 두 배로 늘리는 3세대 제품도 개발할 계획이다. 일상생활에서 사물의 모양을 어느 정도 판별하려면 전극수가 약 1000극 가량 필요하지만 배선이 증가해 현재 기술로는 눈에 장착할 정도로 소형화가 어렵다. 연구팀은 전극에 IC를 포함하는 `스마트 전극`을 연구해 1000극을 집적화할 수 있는 인공 망막을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한편, 일본뿐만 아니라 해외 각국에서 인공 망막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 남가주대에서는 60극 인공 망막이 개발됐으며 유럽에서는 초기 수준의 제품이 상용화됐다. 독일에서는 1500극을 사용해 실험해 나이프와 포크를 구별한 사례도 있다. 호주도 2009년부터 국가 프로젝트로 개발 중이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