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복합형 기술이 대세다. 스마트폰, 스마트TV, 스마트카 등 우리에게 친숙해져 있는 많은 것들이 이 범주에 들어간다. 기존 제품에 IT기술이 접목된 형태가 주를 이룬다.
자동차에 IT기술을 접목한 스마트카는 스스로 주행하고, 운전자는 차안에서 뮤직비디오를 보며 휴식을 즐긴다. 집안 청소는 물론이고 자녀 교육도 가사 도우미 로봇이 대신한다. 융합에 의해 새로 변화되는 주거 환경이나 새로운 기기는 우리의 일상에 큰 변화를 불러온다.
미래 전문가들은 융복합 신성장동력 기술에 우리 미래가 달렸다고 진단한다. 최근 정부는 핵심 융합기술 개발로 주력산업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지능형 로봇 등 미래 유망분야 핵심기술을 조기 확보하기 위한 `산업융합발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산업융합발전 기본계획은 산업 융합이 가져올 미래 모습과 함께 이를 달성하기 위한 비전과 정책을 담았다. 연간 2조원의 정부 연구개발(R&D) 자금을 집행하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은 정부가 추진하는 IT융합 정책 대표 기관이다. 자동차, 조선, 섬유, 화학, 금속 등 주력산업과 국방, 항공, 의료, 반도체, 로봇, 조명 등 신산업·정보통신산업을 중심으로 IT기술을 접목한 기술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도 IT융합을 포함한 산업융합원천기술 분야(주력산업, 신산업, 정보통신산업) 신규과제에 1991억원의 R&D 재원을 배정해 대한민국 대표기술 `K-Tech`를 육성하고 있다. 기술과 기술, 산업과 산업이 융합하는 스마트 컨버전스 시대를 이끌어 갈 기술이다.
정부 R&D 지원 아래 개발됐거나 성공하면 세계를 놀라게 할 `K-Tech`를 통해 대한민국 미래 경쟁력을 살펴본다.
◇자동차
-주행지원 시스템 차량용 시뮬레이터
차선을 이탈하거나 앞서 달리는 차량이 있으면 모니터에 표시해주고 전동 벨트 진동을 통해 알려주는 장치다. 야간에 반대편 차선에서 차량이 나타날 때는 상향등을 꺼주거나 졸거나 다른 행동을 할 때 진동과 모니터로 경고한다.
산업융합원천기술개발사업으로 국내 1위 자동차부품업체 현대모비스와 피엘케이테크놀러지, 엠아이웨어, 엔에스유반도체, 베라시스, 제이티, 솔루션링크 등 6개 업체가 개발한 기술이다.
-통합충돌 안전시스템
레이더 센서로 전방 차량을 감지해 가속페달이나 브레이크 조작 없이 거리를 유지시켜주는 장치다. 보쉬와 콘티 등에 이어 세계 3번째로 개발했다.
전방차량과 거리를 유지하고 자동 정차 및 출발하는 지능형 순항제어 시스템(ASCC), 충돌 위험 경보 및 자동제동(AVSM)을 부분으로 구성됐다. 레이더 1개로 정지와 출발기능까지 구현해 가격 경쟁력이 크다. 3년 내 국내시장 80%, 매출액 600억원 달성이 예상된다.
전방 차량 감지용 레이더와 카메라 센서 국산화 및 내비게이션, 카메라 정보를 활용한 종방향 운전지원 장치개발도 이어질 전망이다.
◇조선
-해양 관제시스템
각종 모터보트, 요트, 소형 및 원양어선 등에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해양 관제용 통합 단말기 기술이다. 해양레저 장비산업 경쟁력 강화 사업으로 추진됐다.
항로와 주변 정보를 3차원 환경에서 통합 처리할 수 있다. 세계 해상용 레저 및 특수목적선박 단말기 시장 진출 기반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북극해 운항 최적 항로 시뮬레이션 기술
북극해 상용항로 개발에 대비한 빙해선박의 최적항로 안전운항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다.
상용화되면 `꿈의 뱃길`로 기대되는 북극해 항로 이용 선박의 많은 수요가 예상된다. 한국해양대가 2009년부터 연구를 시작, 지난 5월 개발을 완료했다.
-선박 에너지 절감 및 배출가스 감소 기술
조선분야 온실가스 감소 기술이다. 내년부터 선박 에너지 효율을 강제규정으로 적용(2025년 이후 현재 수준 대비 30% 이상 향상)하는 국제협정에 앞서 개발됐다.
선박 마찰저항 감소, 정수 및 파랑 중 저항성능 최적화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또 폐열회수 및 발전시스템 제품 국산화 성과도 거뒀다. 연료전지, 태양광·풍력, 원자력 등 환경친화형 신개념 동력원도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국내 설계, 건조되는 선박의 환경 경쟁력 확보로 조선산업의 세계 1위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폐열회수시스템 시장을 개척하는 데 큰 도움이 예상된다.
◇항공
-무인비행기용 표준 소프트웨어 솔루션
월드 베스트 소프트웨어(WBS) 프로젝트 일환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이 개발 중이다.
무인비행기를 작동시키는 탑재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장비로 실시간 무인비행기 작동상황을 파악한다. 국제표준과 호환성을 갖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세계 무인비행기 시장에 참여가 가능하다.
◇로봇
-외국어 보조로봇
2008년부터 2011년까지 3년 간 산업융합원천기술개발사업으로 개발된 지능형 외국어교육용 로봇이다. `로보샘`이라는 이름으로 10인치 LCD터치스크린, 접촉반응 센서, 영상과 음성인식기능 등 다양한 음성인식과 영상통신기술 등 IT기술을 결합했다.
음성·영상·제스처 인식기능과 화상영어 기술 등을 적용했다. 영상회의(텔레프레즌스) 기능이 탑재돼 원어민 교사가 로봇을 원격 조종하면 도서·산간지방에서도 원어민 교사 수업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반도체
-차세대 소자의 트랜지스터 공정 기술
SK하이닉스와 반도체소자 중소기업이 공동 개발했다. 기존 트랜지스터 제조공정을 바꾸지 않고 전압을 안정적으로 조절해 동작속도를 30% 향상시키고 소비전력을 감소시켰다.
실리콘 산화막 대신 하프늄 산화막을 사용했다. 모바일 시장확대와 반도체 제품 수출 증대에 기여할 전망이다.
◇소재
-친환경 마그네슘 소재 제조 기반기술
슈퍼온실가스인 SF6 가스를 사용하지 않고 안정성이 뛰어난 친환경 마그네슘 합금(Eco-Mg)을 산업계에 적용하기 위해 주조·압연·압출 등 생산기반기술의 생산성과 부품 성능을 향상시키는 공정 기술이다.
세계 최초 개발이다. 현재 일부 스마트폰 내외장 케이스에 적용했고 항공기 부품, 자동차엔진 부품 등에 적용하기 위해 해외 기업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보잉사와 소재부품 공급망 참여를 위한 협약(MOU)을 체결했다. 경량화가 필요한 친환경 합금소재 시장 선점이 기대된다.
◇섬유
-초경량 일체형 산악용 자전거 프레임
슈퍼섬유를 이용한 기술이다. 알루미늄이나 철 소재 자전거보다 가볍고 튼튼한 슈퍼섬유 소재 산악용 자전거 프레임 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기존 소재보다 2~4배 이상 가볍고 강도는 7배 이상 높아 `꿈의 자전거`로 불린다.
독자 제조기술을 가진 국내 중소기업인 티포엘이 세계 최고 기술 보유 업체로 꼽히는 미국 `TREK`사 제품과 동일한 수준 경량성, 강성 및 내구성을 확보했다. 전량 수입하고 있는 고성능 산악용 자전거(MTB) 프레임 수입대체 및 수출이 기대된다.
정밀도나 고성능이 요구되는 타 산업 분야(우주, 항공, 건설, 토목 등)에도 고성능 부품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
-탄소나노섬유 슈퍼커패시터
슈퍼커패시터는 충·방전 효율이 높고 반영구 에너지 저장장치다. 활성탄을 전극으로 사용하는 슈퍼커패시터는 리튬이온전지와 달리 중금속 등 화학물질 배출이 없는 친환경 배터리다.
핵심부품인 탄소나노섬유 전극재를 국산화했다.
아모텍이 전기방사기법 개발을 통해 균일한 직경 탄소나노섬유(CNF) 양산기술을 개발해 중대형 및 초박형 슈퍼커패시터를 제작했다. 연간 50톤에 이르는 전극용 탄소소재 수입 대체가 기대된다.
◇화학
-안전하고 연비 높은 타이어
내년 도입 예정인 타이어라벨링제(타이어의 마찰력과 젖은 노면 제동력을 측정해 1~5단계로 등급화해 표시하는 제도) 시행에 부합되는 친환경 타이어 제조기술이다.
세계 최초로 합성고무, 실리카 등을 활용했다. 저연비 타이어 핵심소재를 안정 공급하고, 수입 대체 및 고부가가치 제품 해외시장 진출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온실가스 원료사용 플라스틱 생산기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역발상으로 메탄, 이산화탄소 등을 원료로 플라스틱 원료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석유 사용량 감소 및 온실가스 활용이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구온난화와 자원고갈 문제 해결이 가능하며 기술 융복합을 통해 기능성 화학물질을 제조하는 데도 적용이 기대된다.
◇금속
-세계 최고 강도 교량용 케이블 강선 제조 기술
2200MPa급 강도로 기존 제품보다 10%이상 향상된 첨단기술이다.
현수교인 이순신대교, 울산대교, 고군산군도 연결도로에 적용했다. 외국기업과 협력해 사장교 시테이 케이블(Stay cable)에도 적용하기 위한 성능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LED
-차세대 조명통신(VLC) 기술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장치에서 발산하는 가시광을 이용해 데이터를 무선으로 송수신하는 통신 기술이다. LED 조명장치 본연의 역할인 조명기능에 통신기능을 추가했다.
버스정거장 주변 가로등에서 나오는 LED 빛을 휴대폰에 비추면 노선 정보, 버스 시간표 같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GPS서비스가 미치지 못하는 지하 주차장 같은 장소에서 실내위치기반의 다양한 특화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했다. 올해부터 활용범위를 넓혀 LED시스템조명 지원을 위한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방송
-스마트기기 연동을 위한 스마트 플랫폼
한국전자부품연구원(KETI)이 피앤피네트워크 등과 2003년부터 연구개발을 시작해 2008년 9월 DRM, 2011년 7월 DRM+ 핵심기술을 각각 개발했다. 최근 DRM/DRM+ 통합시제품을 개발해 통합형 디지털라디오 상품화를 진행하고 있다.
DRM/DRM+ 디지털 라디오 방식은 인도, 러시아 등 신흥국과 유럽 등에서 디지털 라디오 방송 표준으로 채택해 2015년 138억 달러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향후 디지털 라디오방송 방식(DAB/DAB+, HD-라디오) 통합 칩셋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