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0주년 특집2-스타트업]글로벌 스타트업 진흥단지/미국 스타트업에는 도우미가 있다

동유럽에서 온 젊은이 3~4명이 파티션이 놓인 책상 앞에서 모니터를 바라보며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기자가 지나가자 반갑게 인사하더니 다시 PC를 바라본다. 머리 위에는 국기가 걸려 있다. 넓게 트인 사무실 곳곳 부스에선 세계 각지의 젊은이가 삼삼오오 모여 작업이 한창이다. 실리콘밸리에 자리 잡은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플러그앤플레이 테크센터 내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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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안에는 국기가 곳곳에 걸려있다. 영국·오스트리아·캐나다는 물론이고 에스토니아와 슬로바키아, 브라질과 칠레 등 동유럽과 남미 국기도 눈에 띈다. 세계 각지의 창업 관련 정부 기관이나 벤처 투자자와 연계, 유망 스타트업 기업을 이곳에 보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플러그앤플레이 테크센터에서 제공하는 업무 공간과 인터넷·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이용하는 한편, 경영 멘토링을 받고 지역 내 주요 기업과 벤처캐피탈 등과 네트워킹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초기 사업을 위한 종자돈도 지원한다. 미국 내 초기 기업이나 해외 기업이 실리콘밸리 생태계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셈이다.

이곳에 모인 3~4명의 젊은이들은 훗날 페이팔이나 드롭박스 같은 벤처 신화의 주인공을 꿈꾼다. 두 회사는 초기 플러그앤플레이 테크센터 지원을 받은 대표 기업이다. 주프 탄 플러그앤플레이 테크센터 부사장은 “보통 8~9번 실패를 겪은 후에야 한 번의 성공을 거두기 마련”이라며 “실패에 위축되지 않는 기업가 정신을 격려하기 위한 초기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2006년 이후 600여개 기업이 이곳의 지원을 받았고, 여기를 거친 기업이 유치한 투자는 10억달러에 이른다. 실리콘밸리 인근 100여개 주요 기업과 180여개 벤처캐피탈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실리콘밸리 힘 중 하나가 바로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다. 첫 서비스나 제품을 내놓기까지 꼭 필요한 초기 자금과 경영 초보자가 실수하기 쉬운 기업 운영 조언, 꼭 필요한 사람들과의 네트워크까지 책임지는 맞춤형 창업 도우미다. 벤처 투자의 전설 폴 그레엄 등이 설립한 대표적 엑셀러레이터 Y컴비네이터는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네티즌과 즉석 문답을 벌여 화제가 된 소셜 뉴스 서비스 레딧, 여행객에게 자기 집이나 방을 제공하는 파격적 숙박 시스템으로 공유 경제 대표 주자로 꼽히는 에어비앤비 등을 키워냈다.

문서나 파워포인트를 쉽게 웹사이트에 올리고 공유하는 스크리브드, 소셜 댓글 플랫폼 디스커스, 최근 트위터에 인수된 블로그 서비스 포스터러스 등 실리콘밸리의 `핫`한 기업들이 Y컴비네이터 졸업생이다. Y컴비네이터 뿐 아니다. 500스타트업이나 유누들 등 실리콘밸리와 보스턴 등 미국 내 주요 혁신 중심지에는 크고 작은 다양한 엑셀러레이터가 활동한다.

지역 대학의 우수한 인재가 재학 중 또는 졸업 후 창업에 뛰어들고, 엑셀러레이터는 이들에게 재정적 경영적 도움을 제공하며 창업을 지원한다. 미국 서부 실리콘밸리가 인터넷과 모바일 산업 중심으로 스타트업이 모인다면, 동부 보스턴은 바이오테크(BT) 스타트업의 중심지로 자리잡는 등 지역마다 차별적 요소도 존재한다.

서부에선 스탠퍼드대학을 중심으로 인터넷과 모바일 분야의 새 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구글 페이스북 야후 등 주변 기업들이 그 기술과 서비스와 인력을 흡수한다. 동부에선 MIT·보스턴대 등의 인재가 바이오테크 산업에 뛰어들고, 기업 인수방식으로 신약 개발 수요를 채우려는 주변 대형 제약기업 등이 이들을 빨아들인다.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성공을 일군 기업인은 다시 엔젤 투자나 벤처 투자자가 되어 후배 기업인을 돕는다. Y컴비네이터의 지원으로 성공한 옥토매틱이나 레딧 창업자가 다시 Y컴비네이터에 합류하고, 피터 씨엘 등 페이팔 성공을 일군 창업자들이 다시 벤처 캐피탈을 운영하며 강력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간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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