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이 센터에서 설립된 회사 가운데 90% 이상이 살아남았습니다.” 창업 성공 확률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실리콘밸리에서는 20%, 한국에선 3%`라는 말도 있고, `실리콘밸리는 3%, 한국은 1% 미만`이라고 평가하는 전문가도 있다.
어찌됐든 회사를 설립해서 수익을 내고 일정 궤도에 올라설 확률은 낮다. 창업 천국이라는 실리콘밸리에서도 실패 사례가 성공 사례보다 최소 5배가 넘는다.
독일 아들러스호프에 있는 베를린혁신센터(IZBM:Innovations-Zentrum Berlin Managemanagement) 대표인 플로리안 자이프 박사는 “지금껏 지원한 400여개 회사 대부분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비결이 뭘까. 자이프 대표는 그 이유로 세 가지를 꼽았다. 사업계획 단계에서 엄격히 심사하고 망하기 전에 사업 전환을 유도하고, 트렌드에 편승하지 않고 원천 기술에 집중한 기업 위주로 육성하며, 직접 지원보다는 후방 지원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IZBM은 독일 정부와 유럽연합(EU)이 베를린 아들러스호프 지역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만든 독일 최초의 창업 인큐베이터 두 곳이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IZBM은 이 지역 창업 지원 총괄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일단 베를린 내 4개 대학 창업지원센터에서 지원받는 1년간 사업계획서를 제대로 만들어 오는 기업만 입주하기 때문에 실패 확률이 적다”고 말했다. 또 IZBM은 회사가 손쓸 수 없이 망가지기 전에 미리 사업 방향을 전환하고 협력사를 찾을 수 있게 주선한다. 빚을 청산하도록 컨설팅해 정상화를 돕는다. 사업이 어려운 회사에는 인력을 줄일 수 있도록 직원의 재취업을 돕는다. 직원은 아들러스호프 안에서 이직할 수 있고 회사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 동향에 맞는 창업도 중요하지만 탄탄한 기술력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태양광 분야에서 정부 지원 등 투자가 넘쳤는데, 트렌드에 따라가서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라며 “중국에 밀려서 정부 지원이 끊기자 이 지역에 있던 많은 태양광 회사가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100년 넘게 이어온 독일 기업은 오랜 세월 가업을 되물림하며 노하우를 쌓은 곳이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IZBM에서는 직접 투자하지 않고 적당한 협력자를 찾아 주선하고 조언하는 데 주력한다. 그는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어떤 변호사를 찾아가서 자문을 받아야 할지 알려주고, 창의성이 필요한 창업자는 창의력을 북돋워주는 기관에 보낸다”며 “베를린 시의회에서 재정지원을 받는 기관들이 창업 생태계에 있기 때문에 입주 기업이 이들 기관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돕는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창업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정부 관련 자금이나 벤처캐피털(VC) 투자다. IZBM은 한국이나 미국 실리콘밸리 대부분의 인큐베이터와 달리 VC업계와 거리를 둔다. 자이프 대표는 “민간 자본은 단기에 자금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에 위험 부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곳 창업 기업은 정부 직접 지원을 받는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 베를린 주정부에서 조성한 모태펀드 운용사 베를린투자은행(IBB)이나 독일연방정부에서 출자한 경제지원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저이율 융자 제도를 이용한다.
자이프 대표는 “우리 목표는 단숨에 큰 회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천천히 성장하면서 오랜 기간 영속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