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셰일가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풍부한 매량장과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미국과 캐나다에서 수입하려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액화천연가스(LNG) 대비 가격은 30% 저렴하고 매장량은 인류가 60년간 사용할 수 있는 187조4000억㎥가 묻혀있다. 환경과 개발이라는 `양날의 칼` 측면도 있지만 `제2의 석유`라는 에너지 권력이 전통자원에서 비전통 에너지원인 셰일가스로 이동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왜 셰일가스인가=셰일가스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버려지는 비전통자원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채굴기술이 발달하면서 `제2의 석유`로 주목을 받고 있다.
정창석 한국석유공사 미주본부장은 “셰일가스는 지하 3000m에 평균 400㎞, 두께 76m로 넓게 분포되어 있지만 그동안 채굴기술 부족으로 주목 받지 못했다”며 “수평 채굴, 수압파쇄, 지진파 3D 지층탐사 3가지 기술의 발달이 셰일가스 개발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추기술 개발로 인한 수입가격 역시 대폭 내려갈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중동산 LNG 가격은 1MMBTU당 약 15달러 안팎인 반면 셰일가스는 액화·수송비를 모두 포함해도 10달러 이내다. 미국 내 유통단가가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는 조건이다.
박일래 한국석유공사 미국 법인장은 “지난해 3.6달러에 형성됐던 1MMBTU당 셰일가스는 올해 들어 2달러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액화설비 등 모든 조건의 비용을 포함해도 최대 11달러에 국내에 들여 올 수 있는 만큼 경제적인 측면은 충분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은 2009년 9달러에서 2008년 8.9달러, 2010년 4.4달러로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손쉽게 물을 확보할 수 있는 지리적인 천혜환경과 시추기술 개발이 가격하락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정 본부장은 “셰일가스 매장량은 현재 확인된 것만 187.5조㎥로 세계 각국이 지난해처럼 천연가스를 소비한다고 했을 때 약 60년간 사용 가능한 규모”라며 “우리나라는 세계 2위 천연가스 수입국으로 미국산이 수입되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철강분야 변화 예고=셰일가스의 생산 확대는 제조업 환경에도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화학부문의 경우 셰일가스에서 추출되는 저렴한 에탄이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은 에탄을 활용한 석유화학 부문의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다우케미컬이 2017년부터 텍사스주 이글포드 지역에 연산 150만톤의 에틸렌 생산공장을 가동하는 것을 시작으로 셸(Shell)과 쉐브론(Chevron)이 각각 100만톤과 120만톤급의 대형 석유화학 단지 건설에 착수했다.
박일범 엥커 E&P홀딩스 휴스턴 사무소장은 “셰일가스 생산 과정의 에탄은 석유화학산업의 원료가 비싼 석유부산물(납사) 중심에서 저렴한 셰일가스 부산물 중심으로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이라면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가능성 있는 만큼 관련업계의 관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철강산업도 미국 내 투자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저렴한 셰일가스를 연료로 사용할 경우 생산비용의 하락효과가 크기 때문에 시추·수송용 파이프라인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박일래 법인장은 “미국 내 셰일가스 생산이 본격화될 경우 발전산업에서도 유연탄 비중이 셰일가스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며 “셰일가스 확산이 한편으로는 국내 철강·석유화학산업에 도전적인 상황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샌안토니오(미국)=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