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제안으로 휴대폰용 디제잉(클럽 DJ 연주기기) 솔루션을 만들던 벤처기업 기획자 김희찬씨. 1년 넘게 기획해 완성 단계에 돌입한 순간, 돌연 사업 취소를 통보했다. 황당했다. 기술 개발에서부터 시장조사까지 워낙 발품을 많이 팔아서다.
김희찬 제이디사운드 대표 창업 동기다. “국내엔 개발사가 없고 해외에 몇 곳 있는데 수준이 20년전과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디지털시대에 여전히 아날로그 수준이었습니다. 게다가 휴대가 가능한 제품은 없었습니다.” 시장은 수십년 존재했지만 특별한 호재가 없고 경쟁사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디제잉기기가 획일적이었다. 김 대표는 여기서 기회를 찾은 것. 약간의 혁신만으로 시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그래서 탄생한 제품이 휴대가 가능한 디제잉기기 `PDJ(포터블DJ)`다. 국내에서도 클럽문화가 확산되면서 디제잉 관심이 커졌고, 해외는 이미 파티 문화가 정착했다. 제품을 축소해 가정에서도 쉽게 연주할 수 있도록 개발한다면 보편화도 가능하다. 디제잉 기기 세트가 2000달러에서 많게는 1만달러가 소요된다는 점도 작용했다. 가격 부담을 낮추겠다는 것.
기획서를 들고 MP3플레이어업체를 찾아 다녔다. 당시가 2010년. 스마트폰으로 인해 시장을 잃은 MP3플레이어업체에게 신성장동력원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답변은 싸늘했다. 재밌지만 시장성은 모르겠다는 답변이었던 것.
대만 디제잉업체도 찾았다. 현지 5개 업체를 방문했지만, 역시 기술문제 등 걸림돌이 많았다.
좌절할 수도 있었지만 김 대표는 물러서지 않았다. “디제잉 솔루션을 만져보면 상당한 희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재미있어서 누구나 쉽게 빠져들었습니다. 시장성은 충분하다고 봤습니다.”
김 대표가 `직접 완제품을 개발해야 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것은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 그는 이전 직장에서 알고 지내던 엔지니어 2명과 함께 창업사관학교에 들어갔고, 제품 개발 절차를 밟게 됐다.
김 대표는 창업사관학교에 들어간 것을 `행운`으로 표현했다. 멘토를 비롯 많은 관계자 도움을 받았지만 무엇보다 빡빡한 일정이 개발을 재촉했다. “12월까지 시제품을 완성했습니다.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스케줄이었습니다. 대기업에서 여러명이 1년안에 하기 쉽지 않은 제품을 3명이 매일 밤을 새며 개발했습니다. 대개 중소기업은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 자연스럽게 제품 개발이 지연되는데 사관학교에서는 어떻게든 맞추도록 만들죠.”
노력은 결과로 나타났다. 작년 말 시제품을 들고 나간 국내 전시회 그리고 지인 추천으로 다른 회사 부스에 참가하게 된 국제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호평을 받은 것. “외국에서 `어메이징(놀랍다)`이란 소리를 들었을 때 `내가 헛일을 한 게 아니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르면 이달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한다. 최근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5억원 추가 투자유치에도 성공했다. 이미 해외에서 들어온 샘플 주문건수가 상당하다. 최근에는 대기업 계열 유통회사에 1000대 납품 계약도 체결했다. 올 3월에는 일본에 법인을 세웠다. 음향 기술에서는 일본이 세계 최고여서다.
김 대표는 “매출 9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릴 것”이라며 “우리 디제잉 기기가 세계 파티 문화를 바꾸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표】제이디사운드 `포터블 DJ`개요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