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를 무너뜨리기 위해) 핵(核) 전쟁도 불사할 것이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이 스티브 잡스 유언대로 정보기술(IT) 산업 지형도를 바꿔놓을 대전(大戰) 양상으로 확대됐다. 지금까지 한국과 미국에서 1승 1패를 거둔 모양새지만,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모두 인정한 미국 배심원 평결 후폭풍이 거세다. 이 같은 평결이 최종 판결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애플은 승리를 자축하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가히 `독을 품은 사과`처럼 말이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시장에서 애플의 유일한 대항 세력이던 안드로이드 진영은 막대한 `애플세(稅)`와 제품 판매 금지 등의 영향으로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커졌다.
애플의 독창적인 디자인과 업적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전문가에게도 어려운 기술적 해석과 판단을 일반인들의 손에 맡긴 미국 사법 제도에 드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또 디자인과 소프트웨어(SW) 못지않은 하드웨어(HW)의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배심원들이 `휴대폰`이라는 HW를 완성하는 핵심 기반 기술인 통신 특허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아이폰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을 비롯한 핵심 부품 업체의 노력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의 눈물이 곳곳에 배어 있다. 2000년대 초반 고사 직전이던 애플을 기사회생시킨 MP3플레이어 `아이팟`도 결국은 값싼 부품을 공급한 HW 업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중에 삼성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 애플은 SW를 무기로 HW 업체들을 더욱 옥죄어올 것이다. 군림하는 애플 앞에서 HW 업체의 힘은 더욱 약화될 것이다. 독을 품은 사과가 자신을 키워 준 비옥한 대지까지 메마르게 하지 않을지 걱정되는 이유다.
양종석 소재부품산업부 차장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