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배심원단이 지난 주말 내놓은 삼성전자와 애플 특허소송 평결은 애플의 완승으로 나타났다. 당초 일방적인 승리는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깨졌다.
본지는 이번 평결을 보면서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깊은 우려와 유감을 나타낸다. 우선 `특허 보호무역주의`의 그늘이 깊어진 것이다. 미국 배심원단은 자국 기업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평결과 함께 10억달러라는 엄청난 배상금을 삼성전자에 부과했다. 이대로 재판이 확정된다면 앞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업계 판도는 시장이 아닌 법정에서 판가름 날 공산이 커졌다. 국가마다 자국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타국기업에 불리한 법적 잣대를 들이댈 것이다. 당장 한국에서 2건의 통신 특허 침해를 판결 받은 애플은 아이폰5를 한국에서 못 팔게 될지도 모른다. 궁극적으로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된다.
둘째, 전문적인 특허소송임에도 기술 문외한인 일반인에게 좌우된 배심원 제도에 이번 평결을 의존한 것도 유감이다. 전문적인 통신 기술보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고 다소 감성에 좌우되는 디자인권이 인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유럽 다른 국가에서 인정하지 않은 일반적인 디자인권을 인정한 것이다. `둥근 모서리 사각형` 디자인은 애플이 최초로 고안한 디자인도 아니다. 미국 언론에서도 `애플이 자동차 회사면 네 바퀴 달린 자동차는 모두 특허위반이 될 것`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우려를 감안해 “애플이 소송을 통해 경쟁과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며 “애플과 삼성의 소송은 미국의 혁신 역사에서도 슬픈 날”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휴대폰 산업의 발전과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위해 특허보다 시장경쟁의 원리가 복원돼야 한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앞장서 세계를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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