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선도 기업들과 글로벌 기업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해외에서는 아무리 허름한 사무실에서 만들어진 소프트웨어(SW)라도 기술력이 뛰어나다고 판단되면 제 값 주고 적극 도입한다는 것입니다.”
부정혁 클로버추얼패션 대표는 지난 3년간 국내에서 벤처 기업으로서 성장해 오면서 가장 뼈저리게 실감한 점을 이같이 밝혔다. 기술력 하나만 믿고 시장에 덤벼들었던 그로선 기술력을 인정해 주는 고객에 대한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클로버추얼패션은 가상 3D 의상 제작 SW를 제공하는 회사다. 해외 고객 매출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해외에서 더욱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09년 1월에 설립한 이후 아직 매출 규모는 30억원 수준으로 크진 않지만 매년 500% 이상을 성장하며 성장일로를 걷고 있다. 기업영업과 해외 영업을 본격화하게 되는 내년 목표 매출은 100억원이다.
이 회사에서 제공하는 솔루션은 크게 두가지다. 3D 의상 그래픽 솔루션 `마블러스 디자이너`와 가상의상 제작 툴인 `클로3D(CLO3D)`가 있다. 기반 기술은 같지만 사용층이 달라 구분한 것이다. `마블러스 디자이너`는 컴퓨터 그래픽(CG)회사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등이 주요 타깃이고, 클로3D는 실제 의류제작 업체에서 사용하는 솔루션이다. 특히 `마블러스 디자이너`의 경우 웨타디지털, 유비소프트 등 글로벌 CG 회사에서는 대부분 사용할 정도로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다.
부 대표는 “글로벌 CG 업계 및 게임 회사에 직접적인 영업을 해본 적이 없는 데도 끊임없이 문의 요청이 왔고, 실제 한국으로 방문해 교육은 물론, 제품 구입까지 해 간 사례가 많다”면서 “이에 반해 국내 기업들은 입소문으로 듣고 회사는 찾아왔지만 초라한 사무실 전경을 보고는 제품을 도입하지 않곤 한다”고 털어놨다.
부 대표는 자사 SW가 다른 경쟁 제품에 비해 매우 정교하게 의상표현이 되면서도 직관적인 사용자환경(UI)을 제공하는 것이 차별화된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CG 업계에서는 워낙 최첨단 장비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웬만한 툴은 특별한 교육 없이도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출시된 대부분의 툴은 어렵고 복잡하다.
그는 “애초부터 첨단 기술에는 상대적으로 적응도가 낮은 의류제작 분야 담당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직관적인 UI는 의류 제작업체는 물론 CG 업계에서도 굉장히 반가워했다”고 말했다.
실제 제품 상용화 단계 전까지 클로버추얼패션은 1년 넘게 국내 의류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테스트 작업을 추진했다.
클로버추얼패션은 내년부터 해외 영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최근 관련 조직도 10여명으로 새롭게 구성했다. 지난해 말부터 추진해온 해외 파트너도 현재 30개국 50여 군데가 넘는다. 해외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 유치도 진행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미래에셋캐피탈과 산은캐피탈로 부터 투자를 받은 바 있다. 내년에는 미국 현지로 본사를 옮기는 것 또한 검토하고 있다.
부 대표는 “클로버추얼패션이 갖고 있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앞으로 가상의 의상을 만드는 저작도구를 보편화하고, 가상패션과 관련한 모든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을 개발해 나가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