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인터넷 시대가 온다] (하)생태계 손잡아야 세계 주도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내 스마트 인터넷 현황·요구사항

연초 각 기관에서 예측한 국내 통신 3사의 올해 설비투자 규모는 지난해 7조원을 훌쩍 넘은 8조원대였다. 롱텀에벌루션(LTE) 등 새로운 서비스가 열리는 시기와 맞물려 대형 인프라 사업이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가 충만했다.

실제로 통신사는 네트워크 강화를 경쟁적으로 진행했다. 세계 최초로 전국에 LTE망이 깔린 것을 비롯해 주파수 효율을 높이는 각종 신기술이 앞다퉈 등장했다. 하반기에는 롱텀에벌루션 음성통화(VoLTE)까지 상용화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투자가 스마트 인터넷으로 가기 위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직까지 가입자와 직접 접하는 네트워크 투자에 치우친 개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차세대 통신 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가입자(Access, LAN구간)` `백본(Backbone, WAN구간)` 네트워크 그리고 이 둘 사이 경계를 책임지는 `에지(Edge)`까지 모조리 바꿔야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목표까지 난관이 적지 않다.

◇망 중립성 난제…정책 설정 없이 투자 불가능=가장 큰 문제는 국내에서 치열하게 전개 중인 `망 중립성` 논쟁이다.

콘텐츠 업계와 통신사는 네트워크 사용권과 투자 주체를 두고 대립 중이다.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를 비롯한 스마트 인터넷 논의는 망을 개방하는데 무게를 둔다. 사용자가 입맛에 맞게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서비스를 올리자는 쪽이다.

하지만 통신사로서는 섣불리 자사 망을 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망을 연결해 사용료를 받는 기존 `커넥티비티(Connectvity) 사업`으로 돌파구가 보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대안도 없다. 선뜻 스마트 인터넷으로 뛰어들기 어렵다.

콘텐츠 사업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서비스를 적용하기에 기존 네트워크가 너무 낡았다. 예를 들어 가입자를 구분해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려 해도 이를 실현하기 어려운 구조다. 단말기에서 혁명에 가까운 변화가 일어나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할 네트워크 플랫폼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을 정리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국가 차원 네트워크 정책 기준이 세워져야 통신사 투자와 개방을 유도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는 장기적으로 망을 개방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하지만 콘텐츠 업계도 정확한 기준 없이 여론에 기댄 싸움으로 망 중립성 이슈를 해결하려 하면 공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산화로 `두 토끼` 잡아야=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돼도 막대한 투자 부담이 또 다른 난관으로 다가온다.

통신사는 이미 자체적으로 네트워크를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왔다. 스마트 인터넷에는 못 미치지만 지속적으로 설비를 확충했다.

KT는 2003년부터 자사망에 서비스에지라우터(SER)을 도입해 가입자를 관리해왔다. 전국에 400여대 가까운 장비가 운영된다. 회사는 최근 서비스를 제어하는 딥패킷인스팩션(DPI) 솔루션 적용도 준비한다.

SDN같은 스마트 인터넷이 적용되려면 이런 인프라를 교체해야 한다. 기존 시스템이 전량 폐기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단계적으로 `전면 개편` 수준으로 설비 투자가 이뤄진다.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스마트 인터넷 솔루션 국산화는 해답이 될 수 있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최대한 생산적인 방향으로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는 주문이다.

국산화 움직임은 산업계 전반에서 이미 일어나는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중심으로 SDN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자 국내 중소 통신장비 업계는 이런 논의에 기대 새로운 기회를 노린다.

정부 역시 내년 ONS(Open Networking Summit) 회의 한국 유치를 추진하는 한편 수요조사로 한국형 과제를 발굴하는 등 스마트 인터넷에서 글로벌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분야를 적극적으로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임용재 방통위 미래인터넷 PM은 “스마트 인터넷은 아직 영글지 않은 시장”이라며 “단계적 적용과 시범사업 등 홍보 그리고 국산 솔루션 개발로 우리나라가 네트워크 산업 주류로 진입 할 수 있는 통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스마트 인터넷 현황·요구사항, 출처: 업계 종합

[스마트 인터넷 시대가 온다] (하)생태계 손잡아야 세계 주도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