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로 인한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실시하는 전기안전검사(점검)제도가 오히려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다. 검사를 해도 검사범위에 안전 관련 핵심 항목이 누락돼 검사자체가 유명무실하거나 현실성 없는 법 규정으로 각종 전기 관련 사고가 안전 사각지대에 그대로 노출됐다.
19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최근 폭염과 열대야로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7일까지 총 22건의 아파트 정전사고가 발생해 1만3000여가구가 피해를 봤다.
고객(아파트) 소유 변압기 폭발 등 고장이 12건으로 가장 많았다. 폭염으로 에어컨 등 전기사용이 늘면서 변압기가 이를 버티지 못하고 사고로 이어졌다. 아파트 구내설비(자체설비)는 전기사업법상 `자가용 전기설비`로 분류돼 설비관리 책임은 해당 아파트가 맡고 검사권한은 한국전기안전공사에 있다.
아파트 구내설비 점검을 2~4년에 한 번씩 받지만 법적인 검사항목에는 설비 이상 유무만 점검할 뿐, 정작 변압기 용량 체크 항목은 누락돼 사고를 부른 셈이다. 정전 발생 시 비상발전기를 가동해 전기 공급을 중단 없이 해야 하지만 대부분 아파트 비상발전기는 작동이 안 됐다. 비상발전기 역시 검사항목이지만 운영상태 등 세밀한 검사규정은 없다.
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용량에 안 맞는 변압기 교체 여부는 소유자가 결정할 사항으로 권고 정도만 할 뿐 법적규정이 없어 조치가 불가능하다”며 “변압기 용량검사나 비상발전기 세부 운영실태 검사 규정이 없다”고 현실성 없는 검사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일반 가정부터 아파트·빌딩 등 자가용 설비와 발전소를 포함한 송·변·배전 설비에 안전검사를 시행 중이나 전기 사고율은 전혀 낮아지지 않는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기로 인한 화재 등 사고는 2009년 1만787건, 2010년 1만827건, 2011년 1만663건이다. 전기안전검사제도의 업무효과가 무의미 하다는 지적이다. 발생한 사고 가운데 60% 이상이 비주거 다중이용시설에서 발생했다. 사고는 절연 열화에 의한 단절, 과부하·과전류, 시설물 접촉 불량이 대부분이다. 사전 안전검사로 예방 가능한 사고유형이다.
특히 재래시장 등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시설물의 검사 시기를 3년에 한 번으로 규정한 것도 사고를 부추긴다. 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은 1년에 한 번 검사를 실시하지만 재래시장은 일반주택과 같이 분류돼 3년에 한 번 실시한다.
더욱이 국가전력망 전기안전검사는 제도권 밖에 있다. 발전소와 송·변·배전설비는 대부분 전기사업자인 한국전력이 자체 진단만 실시할 뿐 법으로 정한 검사제도는 없다.
전력업계 고위 관계자는 “전력 공기관들은 전기안전검사제도 개선보다 검사 주체 등 사업권 교통정리에만 급급해 한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기사업법에 따른 현행 전기안전검사(점검) 현황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