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인터넷 시대가 온다]<상>`데이터 쓰나미`에 대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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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전쟁`이다. 스마트폰, 스마트TV 등 대용량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기가 늘어나며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 에릭슨에 따르면 2011년 초와 2012년 1분기 사이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은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2017년까지 현재 15배 규모로 치솟을 전망이다.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거대한 `데이터 쓰나미`가 몰려온다.

네트워크 인프라에도 전면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통신사는 기존 장비나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수익을 기대할 수도, 쏟아지는 트래픽을 감당할 수도 없다. 단순히 망을 잇는 `빨랫줄 장사`에서 `스마트 인터넷`으로 전환해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스마트 인터넷 논의에서 가장 먼저 실체를 드러낸 것은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다. 2000년대 중반부터 미국 스탠퍼드대를 중심으로 연구가 시작된 SDN은 가상화를 기반으로 네트워크 기술을 개방·표준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

통신장비 공급업체 외에 콘텐츠 서비스업체나 개인이 시스템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쪽에서 요구사항에 따라 직접 망을 꾸밀 수 있어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기 쉽다.

소프트웨어로 제어가 가능한 지능형 네트워크 시스템은 SDN의 또 다른 특징이다. SDN은 서비스 종류나 트래픽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망을 통제해 자원 효율을 높인다는 점에서 네트워크 분야 `클라우드`로 평가받는다.

◇SDN 데이터센터로 효과 입증=연구 단계에 머물렀던 SDN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데이터센터 시장에 적용됐다. 데이터센터 업체가 SDN 주요 통신규약(프로토콜)인 오픈플로 제품군을 적극 출시·도입해 효과를 봤다. HP, IBM 등 서버공급 업체와 구글, NTT 등 서비스업체가 주인공이다.

구글은 오픈플로 도입 후 100% 가까운 네트워크 활용률을 기록했다. 우르스 휠즐 구글 기술 인프라 부책임자가 “(오픈플로는) 구글이 탄생한 이래 네트워크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강조할 정도다.

일본 NEC는 오픈플로로 장애복구 시간을 98% 줄였다. 설치 공간도 기존 30% 수준으로 축소해 운영하고 있다. NEC 솔루션을 도입한 NTT는 데이터센터 간 네트워크 연결 시간을 기존 5일에서 수분 내로 단축했다. NTT는 오픈플로로 네트워크 운영비용을 30%까지 절감할 것으로 기대했다.

◇글로벌 표준 논의 박차…한국은 관망 중=데이터센터에서 SDN 효과가 입증되자 이를 통신 전반에서 폭 넓게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미국은 국가 통신연구망 `지니(GENI:Global Environment for Network Innovations)`에서 와이맥스 기반 네트워크 백본망을 오픈플로 기반으로 구축했다. 이미 이동통신망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SDN을 실험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표준화 논의도 활발하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을 비롯해 국제인터넷표준화기구(IETF), 오픈플로 산업 컨소시엄 ONF가 SDN 표준화와 신규 서비스 발굴을 목표로 뛴다.

서버·통신장비 업계 최대 화두도 SDN이다. 가상화 선두업체 VM웨어가 지난 7월 네트워크 컨트롤러업체 니시라를 우리 돈 1조5000억원에 인수한 것은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됐다.

HP, IBM 등 SDN에 적극 참여하는 업체는 물론이고 기득권을 놓진 않으려는 시스코, 주니퍼 등 전통적인 통신장비 회사도 SDN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SDN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기회를 찾아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관망적인 자세에 머물러 있다. 정부와 학계가 SDN 논의에 불을 지폈지만 공감대와 동력이 부족하다. 기존 국가 네트워크 산업 경쟁력이 취약한데다 경제성 등 실체가 없다는 이유로 소극적이다.

연구계 쪽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산업계 쪽에서는 KT·SK텔레콤·삼성전자 등이 모니터링 수준에서 살펴보는 정도다.

임용재 방송통신위원회 미래인터넷 PM은 “아직 산업계가 적극적인 투자를 집행하기에는 이른 시기”라며 “하지만 때가 왔을 때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초기투자와 연구개발(R&D)을 통한 기술제안작업을 선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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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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