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대규모 정전사태, 지난 6월 정전에 대비한 위기대응 훈련, 그리고 최근 폭염으로 인한 전력 사용량 급증과 전력예비율 하락에 따른 비상대응. 에너지 문제는 우리 일상생활에까지 큰 파장을 일으키는 핫이슈가 된 지 오래다.
국내 에너지 소비는 2000년 1억9290만석유환산톤(toe)에서 2010년에는 2억6260만toe로 늘어났고, 수입액도 2000년 376억달러에서 2010년에 1216억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우리나라 국내 총수입 중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도 28%에 이른다.
중국도 지난해 석탄 공급 부족과 가뭄이 겹치면서 전력공급 부족현상이 심화했다. 일본은 대지진과 후쿠시마원전 사태 이후 에너지 수급구조 개선을 위해 피해를 입은 화력발전소 복구, 장기 정지 중인 화력발전소 재가동, 자가발전 전력구입 확대 등 강력한 공급확대조치를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민을 대상으로 적정 실내 온도 준수하기 등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추진해 소비 전력을 줄이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는 피크기간·시간대에 최대소비전력한도를 설정하고 수요자 특성에 맞는 세부적인 에너지 수요 관리 대응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에너지 소비가 많은 상위 2%의 건물을 대상으로 냉난방 온도관리, 에너지 사용량 공개권고, 에너지 진단대상 확대 등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상 건물은 에너지 절감상황을 건물의 앞이나 내부에 전광판을 설치해 공개해야 한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IT기반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시범사업`을 추진하며 에너지 절감량을 디지털기술로 시각화해 제공하고 있다. 시범사업에서는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구축을 중점 추진 중이다.
사업을 추진하며 경험한 바로는 대다수 건물주나 공장 책임자는 에너지목표관리제를 이행할 적합한 방법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IT기업과 수요 기업주나 건물주를 대상으로 그린IT를 활용해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발굴하고 효과를 검증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 사업에 참여한 금호타이어·포스코·대우조선해양 등은 FEMS 등 IT시스템을 활용해 생산효율을 유지하면서 에너지를 절감하고 있다. 또 연세 세브란스병원·동국대 등을 대상으로 BEMS 시범사업을 펼친 결과 최소 6%에서 최대 15%까지 절감효과를 거뒀다.
국내 산업체가 사용하는 에너지 총량이 전체의 59%에 이르는 현실을 볼 때, 사무실과 공장에 특단의 에너지 절감대책을 적용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사업이 조속히 실행돼야 한다.
먼저 FEMS와 BEMS를 도입해 분산형 에너지 관리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또 사무실과 공장에 그린IT를 도입하기 위한 컨설팅과 진단이 가능하도록 국가 차원에서 민간협력체를 구성하게 하고, 중소형 건물주나 공장주를 대상으로 저가형 그린IT시스템을 패키지로 마련해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대단위 산업단지에 그린IT시스템을 실증 보급할 수 있는 시범사업을 연차별로 마련해 실행해야 한다.
이런 조건이 실행에 옮겨지면 그린IT를 확보한 국내 중소업체의 기술력과 매출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에너지 위기는 대·중소기업 할 것 없이 우리 모두의 문제다. 중소기업이 에너지 절약 사각지대로 남지 않도록 IT와 에너지의 융합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신재식 정보통신산업진흥원 IT융합단장 jsshin@nip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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