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청소기 국제표준 놓고 '기싸움'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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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로봇청소기 성능평가 방법의 국제표준안이 확정될 예정인 가운데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 간 기싸움이 치열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우리 업체는 로봇청소기가 자유롭게 판단해 이동하는 기능, 청소 사각지역 최소화 능력 등을 핵심 안건으로 제기 중이다. 반면에 아이로봇 등 해외 기업은 빠른 이동성과 신속한 청소 등에 더 집중하자는 주장이다. `자유롭게 이동하고 판단하는 로봇 기술`과 `빠른 청소 고유 성능`의 대결이다.

15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로봇청소기 성능평가 방법의 최종 국제 표준안 확정을 위한 국제표준화기구(IEC) 회의가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서 다음 달 24일 열린다. 로봇청소기의 성능평가 표준이 어떻게 정해지는지에 따라 우수 제품 판단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각국 업계가 표준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로봇청소기 국제표준 놓고 '기싸움'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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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은 `내비게이션 방식`인지 `랜덤 방식`인지다. 내비게이션 방식은 로봇청소기가 내장 카메라로 실내 정보를 수집해 스스로 판단한다. 효율적 청소가 강점이다. 반면에 고기능을 탑재한 만큼 가격은 조금 비싸다. 정보 수집에 시간이 더 드는 면도 있다. 랜덤 방식은 빠른 이동이 강점이지만 지나간 곳을 다시 청소하거나 사각지대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는 한계를 지닌다.

우리나라는 내비게이션 기능 평가를 강조한다. 지나간 곳을 중복해 청소하지 않기 때문에 효과적이다. 로봇청소기의 판단 능력, 장애물을 피하는 기능, 소비자 불만이 많은 구석 청소 기능 등에서 강점이 있다.

반면에 미국 아이로봇 등은 랜덤 방식을 주장한다. 스스로 위치를 판단하는 능력은 없다. 무작위로 이동하면서 빠른 청소에 더 집중한다. 미국은 서구권 문화를 반영해 카펫에서의 청소 성능도 표준에 포함시키자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2년 전 로봇청소기 국제표준을 처음 제안한 국가다. 관련 워킹그룹 의장도 임성수 경희대 교수가 맡았다. 어느 정도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관측이다.

임 교수는 “이견이 있는 만큼 국제표준안은 일단 양측 의견을 모두 아우르는 쪽이 유력하다”며 “향후 우리나가가 강점이 있는 소음 기준 등을 성능평가 방식에 포함시키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표준 제정은 소비자와 제조사가 객관적 기준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로봇청소기 확산을 이끌 주요 수단으로 꼽힌다. 특히 해외 진출을 꾀하는 국내 기업들에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기표원 관계자는 “로봇청소기는 이미 대량 생산이 진행되고 있는 가장 대중화한 분야”라며 “이 시장 선점은 로봇산업의 전반적 주도권 확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로봇청소기 시장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매년 30%대의 고성장세를 보였다. 북미, 유럽, 한국 시장 순으로 시장규모가 크다. 일본과 호주 시장도 빠르게 성장한다. 북미와 유럽에선 미국 아이로봇이 절대 강자로 군림한 가운데 우리 기업들이 점유율을 조금씩 높여가는 추세다.

국내시장은 약 800억원대 규모다. 올해 판매량은 16만대로 작년보다 2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과 LG가 시장을 양분했고, 유진로봇과 미 아이로봇 등이 가세했다.


표. 로봇청소기 `내비게이션`과 `랜덤` 방식 비교

*자료: 기술표준원, 업계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