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0만가구에 보급했던 비호환 원격검침인프라(AMI)의 기기교체를 놓고 한국전력과 한전 자회사인 한전KDN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전은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12일 한전과 한전KDN에 따르면 호환·상호운용성이 불가능한 50만가구 AMI에 대해 한전은 전면교체를 통보했지만 한전KDN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감사원은 잘못 보급한 50만호 분은 향후 보급예정인 1750만호와 호환되지 않아 실시간으로 전국 전력량을 파악하는데 장애요소가 된다며 교체와 사업 지연 등으로 한전KDN에 최소 28억여원, 최대 246억여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은 한전과 한전KDN에 시정조치를 요구한 상태다.
한전은 전면교체를 해서라도 감사원 지적 사항을 이행하겠다는 입장이고 한전KDN은 예산 상 이유로 전면교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 사업은 2020년까지 저압수용가(1800만호)에 AMI를 보급하기 위해 2010년부터 10년간 정부 예산 1조1367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AMI는 전자식전력량계(스마트미터)의 전력선통신(PLC) 칩을 내장한 모뎀 간 양방향 통신으로 원격검침뿐 아니라, 수요반응(DR)·실시간요금제 등 다양한 스마트그리드를 지원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2000년 13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한전·한전KDN·전기연구원·젤라인이 공동으로 PLC칩과 모뎀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사업 1차년도인 2010년에 200억원을 투입, 50만가구에 AMI를 설치했지만 호환성 문제가 제기되자 2차년도(2011년) 사업을 돌연 취소하며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PLC칩 개발부터 50만가구 보급을 포함해 지금까지 업계 추산 국가 예산은 700억원이 소요됐다.
한전은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 법적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KDN에 2차례 걸쳐 전면교체 등의 해결책을 정식 요청한 상황이지만 납득할 만한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다”며 “감사원 지적사항을 지켜야 하는 만큼 소송 등 법적 대응을 통해서라도 해결할 방침이다”이라고 말했다.
한전KDN은 자회사 입장에서 한전을 따를 수밖에 없지만 전면 교체에 200여억원의 예산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한전KDN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양사 소송에 모회사의 지시를 무시할 없는 상황이지만 영업이익 50억원짜리 기업에서 수백억의 예산을 투입하는 건 부담이 크다”며 “칩 개발 책임인 전기연구원과 규격을 정한 전기산업진흥회도 총체적인 책임져야 하는데 우리만 표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감사원 결과는 해당 PLC칩이 KS 규격과 맞지 않아 향후 호환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말이지 제품 불량이 아니고 2010년 보급한 50만호 AMI에도 아직 특별한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