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비즈니스] 그린 편의점을 가다

CU(씨유·옛 보광훼미리마트)가 LG전자와 손잡고 녹색편의점으로 다시 태어난다.

편의점 업계 최초로 에너지관리시스템과 고효율설비를 도입, 에너지절감 및 온실가스 저감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심각한 전력난으로 에너지절약 필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편의점 전체 전력소비의 30% 절감을 목표로 하는 이 사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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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내 온도, 조도 등 에너지 관련 정보를 표시해주는 모니터링 장치.

10일째 이어진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일 오후 9시. 국내 최초의 `그린편의점`을 기치로 내건 CU 신사현대점을 찾기 위해 3호선 압구정역에 도착했다. 뜨거운 열기를 뿜어 낸 태양은 이미 자취를 감췄지만 외부 온도는 여전히 30도를 웃돌고 있었다.

5분여를 걷자 편의점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 편의점보다 몇 배는 밝아 보이는 조명이 인상적이었다. 내부로 들어가니 밝은 조명 덕분에 쾌적한 느낌이 들었다.

점포 안으로 들어서자 계산대 옆으로 매장 전체 에너지 사용 현황을 나타내는 모니터링 장치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외부 온도, 조도와 현재 매장에서 소비하는 전력량 등 에너지 관련 모든 정보가 표시되고 있었다.

천장에는 다른 편의점과 달리 형광등이 보이지 않았다. 조명은 LED로 교체한 뒤였다. 형광등보다 LED조명 가격이 여전히 높지만 24시간 조명전력을 소비하는 편의점의 특성상 짧은 기간 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조도가 야간 매출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LED조명으로 인해 편의점 인식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매장은 냉장고, 쇼케이스 등 냉장 시스템을 고효율 제품으로 교체했다. 매장 밖으로 나가니 실외기 두 대가 위치해 있다. 기존에 알고 있던 모습의 실외기와는 전혀 다른 형태였다.

CU 관계자는 “겨울철, 에너지절약에 있어 진가를 발휘할 설비”라고 설명했다.

편의점은 겨울철에도 24시간 냉장고, 쇼케이스를 가동해야 하는데 이때 실외기로 빠져나가는 열을 다시 회수해 난방열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쉽게 말하면 버려지는 에너지를 다시 사용하도록 고안한 시스템이다.

에너지절약을 위해 교체한 설비 이외에 에너지관리 시스템이 눈에 들어왔다. 이 매장은 에너지절약을 위해 에너지설비를 고효율로 교체한 것뿐만 아니라 에너지 관리를 위해 IT를 적용했다.

냉장고 뒤편, 여러 개의 전력량계가 모여 있는 단자함이 바로 매장 에너지관리의 핵심설비다. 각각의 전력량계에는 `김밥`, `음료`, `조명` 이라는 표지가 따로 붙어있다.

제품별 보관 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냉장고, 쇼케이스의 설정온도와 소비전력도 다를 수밖에 없어 전력량계도 따로 설치했다. 전력량계는 모두 중앙 서버로 연결돼있어 전력소비와 관련한 모든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전송, 모니터링 된다.

과거에는 전체 에너지 사용 현황만 파악했지만 지금은 세부적인 에너지 사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에너지절감 방안을 도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IT의 위력은 다른 곳에서도 나타났다. 외부 온도·밝기에 따라 매장 내 온도와 조도 또한 자동으로 변하고 있었다.

디밍(Dimming)시스템이라고 불리는 조명제어장치가 내·외부 조도를 파악해 불필요한 조명 전력 낭비를 막고 있었다.

조재행 CU 신사현대점장은 “점포 카운터 내에 설치된 패널을 통해 전기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자체적으로 전력 소비를 조절할 수 있다”며 “녹색편의점 사업이 완료된 지 얼마되지 않아 정확한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주변 같은 평수의 점포들과 비교하면 전기요금이 최대 20~30% 정도 절감되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BGF리테일은 `CU` 브랜드의 안착과 더불어 매장 에너지절약 사업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다양한 설비를 24시간 가동하는 편의점에 있어 전기요금은 가장 큰 고정비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앞으로 전기요금 현실화가 지속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기업 수익성 확대를 위해서라도 에너지절감이 필수인 상황이다.

회사 내 에너지절약, 온실가스 감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BGF리테일은 단순 설비교체가 아닌 통합적인 에너지관리를 할 수 있는 솔루션을 원했다. 단일 매장이 아닌 전체 가맹점의 에너지절약 현황을 파악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야 했다.

오랜 시간 파트너를 물색했고 LG전자와 손을 잡았다. IT를 접목한 에너지관리기술을 확보하고 있었고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사업 역량 역시 우수하다는 판단이었다.

현재 신사현대점을 포함해 총 2개 매장을 녹색편의점으로 전환했고 성과를 검증해나가고 있다.

BGF리테일은 추진 중인 사업의 성과를 검증하고 향후 녹색편의점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이 확대되면 개별 점포가 아닌 지역과 브랜드별로 매장을 묶어 관리할 수 있어 에너지절감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 편의점 본사에서 전국 매장의 에너지 사용정보를 한눈에 파악해 국가적인 수요관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우원규 BGF리테일 점포디자인팀 과장은 “최근 전기요금 인상에 따라 편의점 점포의 고정비 상승이 불가피 한 상황이어서 매장 에너지절감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단순히 설비교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IT로 관리하는 LG전자와 사업성을 계속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이 사업을 전국 소형 점포를 대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전국 편의점 매장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2만400여개. 나아가 전력 소비구조가 유사한 나들가게·제과·커피전문점·패스트푸드점에 확대 적용하면 원자력발전소(고리 1호기 발전용량 587㎿ 기준) 1기에 해당하는 발전소 건설 회피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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