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싸게" 단말기 자급제…이 폰이 49만원?

"비싼 가격" 통신사 결합상품이 더 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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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한 단말기 자급제용 스마트폰 삼성전자 `갤럭시M 스타일`

“출시한 지 8개월 된 스마트폰을 49만원을 내고 구입하려는 소비자는 거의 없습니다. 이런 제품을 판매하는 것도 모릅니다.”

서울 시내 한 `삼성 모바일샵` 직원은 단말기 자급제 고객이 좀 늘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8일 단말기 자급제(블랙리스트)를 시행한 지 딱 100일을 맞았다. 단말기 자급제는 저가폰·중고폰 등 유통을 활성화해 통신료 인하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제도 시행 석 달이 넘었지만 소비자 반응은 싸늘하다. 통신사가 보조금을 미끼로 사실상 독점하는 휴대폰 유통 구조가 좀체 변화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정책이 자칫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단말기 자급제 이용자는=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사업자는 단말기 자급제 가입자를 따로 산정하기가 어렵다는 시각이다. 이동통신사들이 단말기 자급제 후 내놓은 전용 요금제 가입자를 추산한 결과, 10만명을 밑도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중 상당수가 KT 유심 요금제 `올레 심플` 이용자다. KT는 지난 6월부터 LTE에 가입하는 모든 고객에게 3만원이 충전된 유심을 무료로 제공하고 올레 심플 가입자로 추산한다. 이들을 모두 단말기 자급제 이용자로 보는 데 무리가 있다.

단말기 자급제로 가입자 증가를 기대했던 이동통신재판매(MVNO) 역시 제도로 인한 효과는 미미하다. 장윤식 MVNO협회장은 “방송통신위원회와 업계나 단말기자급제를 알지 정작 소비자는 모른다”며 “제도를 시행했지만 MVNO 사업은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왜 외면받나=휴대폰 유통 시장은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소비자들은 단말기를 별도로 구입하고 서비스를 가입해야 하는 단말기 자급제보다 기존 이통사 대리점이나 판매점을 통한 구입에 여전히 익숙하다.

일반인은 제도 자체를 모르는 일이 더 많다. 자급제용 스마트폰이 나왔지만 삼성전자 갤럭시M 스타일 한 종류뿐이다. 삼성 직영 숍에서만 판다. 편의점이나 대형 할인마트 등에서 쉽게 구매할 수 없는 현실이다. LG전자와 팬택 등은 단말기 자급제용 제품 출시 일정을 잡지 못했다. 화웨이와 ZTE 등 외산 기업도 국내 애프터서비스(AS)와 유통 문제에 봉착, 진출하지 못했다.

가격도 걸림돌이다. 갤럭시M 스타일은 49만9000원이다. 50만원에 육박하는 휴대폰을 구입하자니 초기 부담이 만만치 않다. 좀 더 싼 단말기를 사고 싶어도 구할 데가 마땅치 않다.

◇갈 길 먼 자급제=단말기 자급제로 가입자 확대를 기대한 MVNO 업계는 단말기와 서비스 요금제가 결합된 통신 3사 중심 유통 구조가 유지되는 한 활성화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통신사 결합요금이 단말 자급제보다 더 저렴하다. SK텔레콤에서 2년 약정으로 자급제용 단말기와 같은 삼성전자 `갤럭시M 스타일`을 3만7000원짜리 스마트폰 요금제로 개통하면 2년간 총비용은 104만7600원이 든다. 반면에 갤럭시M 스타일 단말기만 구매한 후 단말기 자급제 방식으로 SK텔레콤 34요금제에 가입하면 2년간 드는 비용은 131만4000원이다. 2년 약정하면 할인해주는 `스페셜 약정 할인`에 가입해도 100만5000원이 든다. 이동통신사를 통해 구입하는 게 더 싸고 편하다.

장 협회장은 “소비자가 같은 단말기를 싸게 사려면 통신사를 통해 가입해야 한다”며 “중간에 해지하려면 위약금을 내는 구조에서 자급제 정착은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시행된 지 100일밖에 되지 않아 제도 실패를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삼성전자에 이어 다른 제조사도 자급제용 단말기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 제도 정착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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