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경진대회가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수많은 청년 창업가가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경쟁한다. 사업계획 수준이 매년 눈에 띄게 발전해 기쁜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없지 않다. 사업계획서 내용보다 발표 기법이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바로 `과도한 화장`의 문제다.
창업가의 사업 계획을 제대로 평가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사업계획 자체는 과거에 없던 창조적 아이디어를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슈퍼스타K나 나가수 같은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전문 심사위원의 의견이 엇갈린다. 창업 기술 분야는 광범위하다. 나노기술, 바이오기술, 환경기술, IT융합 스마트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분야를 어떻게 판단하고 평가하겠는가.
과거 연구개발, 생산, 영업으로 나누어졌던 제품 프로세스가 이제는 개방 융합되어 있다(Social Innovation). 고객은 프로슈머(Prosumer)가 되고 기업은 고객과 공진화(co-evolution) 한다. 제품의 원가구조도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 제품원가는 재료비 더하기 인건비였다. 이제는 수많은 융합 서비스산업, 앱스토어 콘텐츠 원가개념은 연구개발비를 판매수량으로 나눈 지식원가로 변모한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분리되지 않는데 매출이익을 따진다. 과거 잣대로 미래를 재단한다. 일부 멘토링은 창업 내용보다는 형식 지도에 치중한다. 이것이 바로 사업계획서의 과도한 화장의 이유들이다.
기업 활동이란 가치창출의 일부를 기업이 획득해 선순환 성장하는 과정이고 이를 사회를 살찌우게 한다는 순환의 원리이다. 기업 활동의 필요조건은 가치창출이며 충분조건은 가치획득 수단이다. 이를 위해서 기업가는 시장 기회를 포착하고 혁신을 통해 차별화된 역량으로 진입장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수익을 위한 정교한 비즈니스 모델과 마케팅은 가치창출이 명확하면 시간을 두고 세부 대안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는 것이 `Y-콤비네이터(Y-combinator)` 창립자 폴 그래함의 주장이다.
차별화와 가치창출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수익 모델에 집착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폴 그래함과 같은 성공적인 투자가는 최신 트렌드로 화장된 화려한 사업계획서를 좋아하지 않는다. 마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지나치게 기성가수를 벤치마킹한 신인을 탈락시키는 것과 같다. 스타트업 본질은 완벽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기존 성공 모델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은 `죽음으로 이르는 병`이다. 바람직한 사업계획은 거칠더라도 독창적인 혁신성이 부각돼야 한다. 부족한 부분은 창업 팀 혹은 전략적 제휴로 보완하면 된다.
언론에 보도되는 새로운 사업은 이미 과거의 것들이다. 미래 패러다임 변화를 창조적으로 해석하고 본질을 파악해 자신의 생각을 제시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 시장기회 포착의 핵심이다. 성공적인 스타트업이란 시장기회 포착과 1등으로 가는 차별화된 역량 두 가지 본질에 충실함을 의미한다.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mhlees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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