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영상황 악화를 우려해 연초부터 긴축경영을 시작한 통신사업자들은 상반기 실적 부진이 더 심각해지자 허리띠를 더욱 졸라맨다. 긴축경영이 장기화하면 투자 축소나 납품단가 인하 압박이 거세져 궁극적으로는 중소 협력사 등 통신사 생태계 전반에 타격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 3사는 하반기 들어 비용절감을 통한 긴축 경영 모드에 돌입했다. SK텔레콤은 최근 지원부서 인력 10% 감축, 비용 20% 절감을 경영목표로 정했다. SK텔레콤은 연초에도 지원부서 인력 10%, 비용 20% 절감을 목표로 경영계획을 짰기 때문에 하반기 긴축경영을 한층 강화한 것이다. 감축 인력을 사업성과를 높이기 위해 대부분 현장부서로 전환 배치한다. 비용절감 아이디어 발굴과 추진 등도 상시적으로 진행한다.
KT도 지난 3월 시작한 비상경영 체제를 한층 강화했다. 비용절감을 위해 업무용 법인카드 한도와 사용금액을 자제하도록 했다. 불필요한 해외 출장도 자제시키는 분위기다. 임원들의 해외 출장 시 기존에는 비즈니스석을 이용했지만, 비상경영 체제에 따라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도록 했다. 지난 3월 출범한 비상경영위원회는 임직원이 함께 매출증대와 비용절감 아이디어를 만든다. 경영목표에 미달하면 이석채 회장을 포함한 임원진 연봉 10%도 반납하기로 했다.
LG유플러스 역시 혁신과 비용절감이 화두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혁신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상반기에만 200건의 아이디어가 제안됐다. LG유플러스는 이 중 10건의 아이디어를 업무에 적용했고 비용절감 등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비용절감이 협력사까지 강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신 산업 생태계 전반이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다. 이미 일부 협력 중소기업들은 불투명한 투자계획으로 경영계획 수립이 어려워졌다. 무리한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사례도 속속 등장했다.
네트워크 업계 한 관계자는 “비용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KT는 캐리어이더넷 시범사업 등 하반기에 추진하기로 한 망 운용계획이 전반적으로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 통신사의 최저가 입찰 등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영업이익 악화는 궁극적으로 시설투자 여력 악화로 이어져 장비, 솔루션 등 협력사에 직격탄을 날릴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상반기까지 영업이익이 8500억원으로 연간 목표치인 2조1300억원 절반에 턱없이 못미쳤다. SK텔레콤은 당초 연간 영업이익 목표치를 달성하더라도 올해 시설투자 예정액 2조3000억원보다 2000억원가량이 더 적은 상황이다.
장비 협력사 한 임원은 “SK텔레콤이 하반기 공격경영으로 영업이익을 만회한다는 내부 목표를 수립 중이나 여의치 못하면 시설 투자액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만큼 협력사의 매출과 수익이 급감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건호·김시소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