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동통신업체들이 4G LTE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최근 내놓은 `데이터 공유 요금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음성통화와 문자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대신, 데이터를 용량 등급별로 나눠 여러 기기에서 공유해 쓸 수 있다는 획기적인 제안을 포함했지만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5일 씨넷, 디지털트렌드 등 주요 외신은 최신 LTE 요금제를 분석, 이용자들이 모르는 `함정`이 숨어있다며 자세히 살펴볼 것을 권했다.
최근 버라이즌은 `쉐어 에브리딩`, AT&T는 `모바일 쉐어`라는 LTE 요금제를 각각 내놓았다. 1GB부터 20GB까지 데이터를 할당받아 최대 10개 기기는 물론, 가족과도 나눠 쓸 수 있다. 반면 음성통화와 문자는 무제한이다. 개인의 평균 스마트 기기 보유 대수가 많아지고 커넥티드 카, 웨어러블 컴퓨터 등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통사들의 이 같은 행보는 얼핏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공유요금제를 관통하는 이통사들의 몇가지 `꼼수`를 찾아낼 수 있다.
우선 공유 요금제 이용자는 자신이 사용할 기기 수대로 기본 접속료를 내야 한다. 스마트폰을 제외하고 스마트패드(10달러), 노트북(20달러), 피처폰(30달러) 등을 추가하면 각각 추가 기본 접속료로 내야한다. 데이터 사용량과 상관없다. 미국 이통 가입자들이 월 평균 1~2GB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손해 볼 가능성이 크다. 실상이 이렇다보니 버라이즌은 요금제를 설명해놓은 웹사이트에 “실제 이익을 잘 따져보고 가입해야 한다”고 고지하기도 했다.
음성통화나 문자 대신 모바일 메신저나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를 이용하는 가입자가 는 것을 고려한다면 음성통화와 문자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더라도 통신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크지 않다.
각 이통사가 제공하는 데이터 한도량도 크지 않다. AT&T 모바일 쉐어 요금제는 최대 공유 데이터 한도를 20GB로 제한했다. 버라이즌의 경우, 첫 출시 당시에는 20GB까지 커버했지만 현재는 10GB로 하향조정했다. LTE의 핵심 서비스가 모바일 동영상임을 감안하면 10GB는 그다지 많은 용량이 아니다. 이용자는 결국 요금 압박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버라이즌과 AT&T의 공유 요금제 출시 이면에는 데이터 요금제로 쏠쏠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현실도 한몫했다. 지난 2분기 버라이즌 무선 사업부문 영업이익은 약 57억1000만달러로 21.8% 증가했으며 이 중 데이터 수익은 18.5% 성장했다. AT&T도 데이터 수익이 18.8%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사 순가입자 증가율이 각각 29.3%, 8.4% 떨어진 가운데 일군 성과다.
번스타인리서치의 닉 카 애널리스트는 “데이터 종량제는 많이 소비하는 이용자에게 더 많은 요금을 과금한다는 합리성을 갖추고 있다”며 “하지만 이면에는 통신사의 자율적인 선택이라기보다 늘 정부 규제의 틀에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망중립성 원칙을 고수하는 미국에서는 소비자 요금 인상을 피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표] 버라이즌 쉐어 에브리딩 요금제와 AT&T 모바일 쉐어 요금제 기본 접속료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