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주도로 국내 처음으로 초고압직류송전(HVDC) 전문회사를 설립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국내기업에 기술을 이전하는 조건으로 글로벌기업과 HVDC 합작사 설립을 추진한다.
HVDC는 발전소에서 나오는 고압의 교류전력을 전력 변환기를 이용해 직류로 변환, 송전한 후 해당 지역에서 다시 교류로 변환해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발전과 대용량 장거리 송전이 크게 늘면서 글로벌 전력기업들이 관련 기술 고도화에 주력한다.
한전은 지난해부터 ABB·지멘스·알스톰 등과 기술이전에 무게를 두고 합작사 설립을 협의해 왔다. 최근 알스톰·도시바 등 복수의 기업과 진척 사항을 놓고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세계 시장에서 안정적인 점유율을 확보한 알스톰과 합작하면 시장 진입에 유리하다. 하지만 한전은 기술이전 범위나 지분 참여 등의 합의점을 도출하기 쉽지 않을 때를 대비해 도시바 등 일본 기업과 중국 기업과의 합작 가능성도 염두에 뒀다.
한전은 합작사에서 확보한 HVDC 기술을 국내기업 1~2곳에 전수해 국산화할 계획이다. 선정된 국내기업은 제품 개발 및 국내 시장 독점 권한을 포함해 한전과 함께 해외사업에도 참여한다. LS산전·효성·현대중공업 등이 기술이전 대상업체로 점쳐졌다.
세계 HVDC 시장은 ABB가 50%, 지멘스 30%, 알스톰 15%를 차지한다. 나머지 시장을 놓고 일본과 중국 기업이 경쟁한다.
한전 관계자는 “HVDC 시장이 크게 성장했지만 국내 기술은 아직 해외 시장 경쟁력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 선진기업과 합작사 설립을 추진 중”이라며 “합작 대상이나 구체적인 협의 내용을 밝힐 수 없지만 하반기 중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중국 기술을 응용, 제주도 금악변환소에 80㎸급의 HVDC를 설치해 실증사업을 벌인다. 해외에선 지난해부터 250㎸·500㎸급 HVDC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보다 기술과 시장 모두 몇 걸음 앞선 셈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