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역사의 주인공이 바뀐다. 우리나라에 엄청난 사회·경제적 영향을 미친 스타크래프트리그가 막을 내린다. 오는 4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치러지는 `티빙 스타리그 2012` 결승전은 스타리그 13년 역사를 정리하는 기념비적 경기다.
1998년 나온 스타크래프트는 외환위기로 휘청거리던 한국 사회에 새로운 기폭제 역할을 했다. 불가피하게 회사를 떠난 퇴직자들이 PC방을 차리면서 돌파구를 마련했다. PC방은 전국적으로 퍼졌다. 그 토양 위에 우리나라 온라인게임 업계가 성장의 싹을 틔웠다. 스타크래프트 경제효과를 의미하는 `스타크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스타크노믹스는 연간 1조원 이상의 수요를 이끌어냈다.
스타크래프트와 게임대회로 변신한 e스포츠산업 역시 같은 시기 태동했다. e스포츠는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를 타고 하나의 스포츠 분야로 자리 잡았다. 2000년부터 온게임넷을 중심으로 정규대회가 열린다. 스타리그의 출발이다.
스타리그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2005년 11월에 열린 스타리그 결승전은 당시 케이블TV 가입 10가구 중 4가구가 시청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같은 시간 지상파 주말드라마 시청률을 앞질렀다.
대기업이 스타크래프트 구단 창단에 동참했다. IT나 식음료기업 외에도 금융, 제약, 항공 분야 대기업이 스타리그 후원사로 참여했다. 프로농구나 프로배구보다 적은 비용으로 큰 마케팅 효과를 거둔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타리그의 성장은 스타 선수를 배출했다. `황제` 임요환이 대표주자다. 임요환은 이윤열과 함께 억대 연봉을 받으며 화제를 뿌렸다. 이 시기 청소년 미래직업으로 프로게이머가 1순위로 꼽혔다.
승승장구하던 스타크래프트리그에도 위기가 찾아온다. 지식재산권 분쟁과 프로게이머 승부조작 스캔들까지 터지면서 팬들이 등을 돌렸다. MBC게임은 음악채널로 전환했다. 프로게임단이 연이어 해체했다.
김민규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국내 e스포츠산업은 정기적 게임대회와 중계방송시스템으로 세계 e스포츠산업의 토양을 닦은 성공사례”라고 평가하면서도 “스타크래프트 한 종목에 치중하면서 새로운 종목이 나오지 못한 부작용도 있다”고 말했다.
결승전을 마지막으로 스타리그 종목은 스타크래프트에서 후속작 스타크래프트2로 바뀐다. 프로리그는 이미 두 게임의 경기를 함께 진행 중이다. 다음 시즌부터는 스타크래프트2로만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온게임넷은 기념비적 결승전을 위해 경기 장소까지 바꿨다. 당초 3000명을 수용하는 코엑스로 잡았지만 두 배 이상 큰 잠실학생체육관으로 변경했다. `임진록`으로 불리며 최고의 흥행카드였던 임요환과 홍진호가 특별경기를 펼친다. 결승전은 SKT T1 정명훈과 삼성전자 칸 허영무가 대결한다.
위영광 온게임넷 PD는 “특별경기만으로 e스포츠의 시대적 전환을 보여주는 상징적 이벤트가 될 것”이라며 “결승전을 e스포츠 최대 축제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스타리그 경기 기록 진기명기
-최다 진출자=송병구 17회
-최고령 진출자=박정석 만 26세 6개월 3일
-최연소 진출자=이영호 만 14세 10개월 13일
-최초 100승=임요환 2005-2006 시즌
-최장 경기=2007 EVER리그 이재호vs진영수 1시간 24분 37초
-최단 경기=2010 박카스리그 정명훈 vs 김윤환 2분 40초
-최다 결승 진출자=임요환 6회
-3회 우승 골든마우스 수상자=박성준, 이윤열, 이제동, 이영호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