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T도코모와 후지쯔, NEC 등이 통신용 반도체 전문 업체를 공동 설립했다. 지난해 말부터 삼성전자와 추진해온 합작사 설립이 무산된 지 5개월 만이다. 합작사는 롱텀에벌루션(LTE) 등 차세대 통신용 반도체를 개발해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스마트폰 최대 생산국으로 떠오른 중국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다.
니혼게이자이는 1일 이들 3개사가 스마트폰용 핵심 반도체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합작사 `액세스 네트워크 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고 보도했다.
초기 자본금은 1억엔(약 14억5000만원)으로 후지쯔가 50% 이상 출자해 대주주가 된다. NTT도코모와 NEC가 각각 20% 미만씩 출자하고 나머지 지분 약 10%는 반도체 생산을 담당할 후지쯔반도체가 가져간다.
이 회사는 스마트폰에서 무선과 신호를 제어하는 통신 제어 칩을 집중 개발한다. 우선 LTE 서비스에 맞는 신제품을 개발하고 차세대 초고속 서비스를 위한 연구도 병행할 예정이다. 일본에서 개발하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통신칩을 대부분 공급하는 퀄컴의 의존도를 낮출 계획이다. 또 스마트폰 최대 생산지로 부상한 중국의 휴대폰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칩을 판매하는 등 해외 판로도 개척하기로 했다.
당초 이 회사는 후지쯔가 단독 설립을 추진해왔으나 NTT도코모와 NEC가 최근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공동 설립으로 바뀌었다. 이에 앞서 지난해 NTT도코모를 주축으로 후지쯔·파나소닉·NEC 등 4개사와 우리나라 삼성전자가 참여하는 한·일 합작 통신용 반도체 전문업체 설립을 추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특허 공동 사용을 참여 조건으로 내걸자 기술 유출을 우려한 일본 업체들이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이번 합작사는 앞서 추진된 전문업체 설립과 성격은 동일하지만 삼성전자를 배제한 채 일본 업체들만 힘을 합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모바일 액세스포인트(AP)와 모바일 칩 분야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했다. 일본 업체들은 삼성전자와 손을 잡을 경우 차세대 통신칩 분야에서 계속 주도권을 뺏길 것을 우려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