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스마트폰업체 HTC가 갑작스레 한국 시장 철수를 선언해 외산 스마트폰업체 국내 사업 전망에 암운이 드리웠다. 미국 애플을 제외하고는 한국에서 신제품 출시조차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HTC코리아는 본사 방침에 따라 한국지사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30일 공식 발표했다. HTC코리아는 지난 27일 대만 본사로부터 한국 시장 철수 방침을 통보받았다.
철수 작업은 향후 수개월간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한국지사 직원 20여명도 퇴사 과정을 밟는다. 사후서비스(AS)는 위탁업체 TG삼보에서 지원된다.
◇HTC, 국내외 악재에 철수 결정=한국 철수 결정은 본사와 한국지사 사업 부진이 동시에 이어진 탓이다. HTC 본사는 “전체 HTC 조직 축소·최적화와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한국 사무소를 닫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HTC는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세련된 디자인과 음악 특화기능으로 스마트폰 시장 다크호스로 주목받았다. 이후 삼성전자와 애플 벽을 넘지 못하고 성장세가 꺾이며 부진에 빠졌다.
10%에 달했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올 들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2분기 이익도 전년 대비 50%가량 줄었다. 6월에는 브라질지사가 문을 닫았다.
한국 사업도 부진했다. HTC 한국 시장 점유율은 1%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12월 `센세이션 XL`을 마지막으로 반년이 지나도록 신제품을 출시하지 못했다. 한국지사장은 지난 5월 열 달도 채우지 못하고 퇴사했다. 임원급 담당자도 여럿 회사를 떠났다.
◇외산업계, HTC 철수 선언에 비상=HTC의 전격적인 철수 결정에 동병상련을 겪던 외산 스마트폰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노키아, 모토로라, 림, 소니모바일 등 애플을 제외한 외산폰 업계는 최근 한국에서 이렇다 할 신제품을 내놓지 못해 고전했다. 모토로라가 KT파워텔과 무전기 겸용 스마트폰을 틈새 시장용으로 출시한 것이 전부다.
회사 대부분이 연내 LTE 스마트폰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아직 출시 일정을 공식적으로 확정지은 곳은 없다.
외산업체 한국 지사 관계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삼성전자와 애플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가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한다”며 “실적이 좋지않은 한국 시장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기 꺼려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HTC발 충격파 확산되나=삼성·애플 양강 구도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만의 독특한 휴대폰 유통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외산업체 부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단말기를 팔기 위해 많게는 출고가의 50%를 웃도는 보조금을 투입해야 하는 곳이 국내 시장이다. 외산업체 관계자는 “한국에서 신제품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출혈을 감수하면서 마케팅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이동통신사에 재고물량 소진을 보장해줘야 하는데 외국법인 정책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안으로 이통사 대리점을 경유하지 않고 판매하는 단말자급제(블랙리스트) 방식 사업이 가능하지만 이 역시 유통망과 AS망이 부족한 외산업체로서는 쉽지 않다.
HTC가 갑작스레 철수를 결정한 것도 외산업체에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것으로 우려된다.
HTC코리아는 불과 한달여 전 최신작 `원X`로 국내 블로거 설명회를 갖는 등 신제품 출시를 준비했다. 사업 부진을 이유로 일방적인 철수 결정을 내린 것은 향후 다른 외산업체 행보에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