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이 본입찰 실시 한 달 만에 제3의 후보인 KTB PE와 전격 손잡으면서 매각 작업에 마침표를 찍었다. 당초 웅진그룹은 1조5000억원에서 최고 2조원에 이르는 매각대금을 기대했으나 경기 침체와 인수 후보들의 낮은 가격 제시로 업계 추정치 수준인 1조2000억원에 매각을 마무리하게 됐다. 대신 경영권을 유지해 성장성과 캐시카우가 가장 좋은 웅진코웨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실망스러운 매각대금, 경영권 확보로 위안=웅진그룹은 본입찰에 참여한 인수 후보자들이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낮은 가격을 제시해 고민해왔다. 결국 원하는 가격대 매각에 실패했다. 그 대신 그룹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온 웅진코웨이의 경영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 긍정적 성과로 평가된다.
웅진그룹은 그룹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그룹 효자 노릇을 해운 웅진코웨이를 매각하는 초강수를 띄웠다. 그만큼 매각 대금에 기대치가 컸다. 웅진코웨이가 국내 중소형 생활가전 업계 1위 기업이고 1만3000명 규모의 서비스 및 판매 인력(코디)을 보유한 것도 강점으로 꼽았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하이마트 매각 일정이 겹치면서 당초 예상보다 매각은 순조롭지 않았다. 유력 인수후보 중 하나인 롯데쇼핑이 하이마트 인수자로 선정됐고 GS리테일은 예상보다 낮은 인수가격을 제시해 웅진의 애를 태웠다.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웅진그룹은 인수 가격대를 낮추는 대신 경영권을 보장받는 새로운 형태의 카드를 받아들였다. 중국 콩카그룹은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경영권 보장, 중국 내 가전사업 협력 등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해 새로운 유력 후보자로 급부상했으나 최종 결렬됐다.
결국 웅진그룹은 경영권을 보장받는 대신 기대치보다 낮은 가격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형태로 본입찰에 공식 참여하지 않은 제3의 후보와 손을 잡았다. 향후 4년 동안 웅진코웨이를 성장시켜 더 높은 가격에 매각하거나 혹은 그룹 재무 상태를 호전시켜 다시 사오겠다는 복안이다.
◇웅진코웨이, 해외사업 확대만 남았다=사모펀드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형태로 이번 매각 작업을 마무리한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의 해외 사업과 수처리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웅진코웨이는 필립스에 이어 다양한 글로벌 가전 기업과 OEM·ODM 계약을 추진해 왔다. 기업 운영 방침이 구체화된 만큼 자체 브랜드 `코웨이`를 앞세운 해외 사업에도 더욱 힘을 실을 수 있게 됐다. 기존 추진해 온 국내외 화장품 사업과 신규 성장동력인 수처리 사업도 큰 변동 없이 당초 계획을 이을 수 있게 됐다.
웅진코웨이가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하게 된 반면에 웅진그룹은 그룹 재무건전성 회복을 위한 자본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 웅진그룹은 KTB PE가 투자할 1조2000억원 대부분을 그룹 재무구조 개선에 투입할 방침이나 당초 목표했던 태양광 설비 증설 투자는 당장 힘들 전망이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