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산업융합 `A+B=∞`] 1회. 산업융합촉진법 개정, `벽은 허물었다.`

#트럭지게차, 위그선, 태양광 LED가로등, 혈당측정이 가능한 당뇨 휴대폰, IPTV, e북 등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새로운 융합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기존 산업의 기술·제품·서비스를 창의적인 결합과 복합화를 바탕으로 기존 산업을 혁신하거나 새로운 기술이나 사회·시장 가치를 창출한 대표적인 제품들이다. 하지만 이 중 상당수는 작년까지만 해도 최소 우리나라에서는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질 뻔했다. 트럭지게차는 트럭에 지게차 기능을 겸할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국내 기업이 2008년 개발했지만 몇 년째 빛을 보지 못했다. 건설기계 규제를 담당하는 국토해양부가 트럭지게차를 자동차로 분류해 인증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해 왔기 때문이다. 이 제품은 조만간 시장에 첫선을 보이게 될 전망이다. 국토부가 트럭지게차를 특수 건설기계로 분류하는 개정안을 마련했다. 산업융합촉진법 시행 이후 융합신제품에 대한 부처 간 협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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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총 7장 39개 조문으로 구성된 산업융합촉진법이 시행됐다.

그동안 융합을 통해 새로운 제품이 개발돼도 기존 법·제도에 가로막혀 적시에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 바로 산업융합촉진법이다.

최근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산업융합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산업융합 포럼과 국제 콘퍼런스 등이 계속됐다. 또 융합산업 현황파악을 위한 기업의 다양한 설문조사를 분석하고 정부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전략 수립과 전문가 의견수렴 등 수많은 고민을 거쳐 탄생된 결과물이다.

이런 산고 끝에 만든 산업융합촉진법은 과거 칸막이식 산업 틀에 제한됐던 법·제도를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도록 정비, 융합 신산업이 본격 육성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인프라 구축, 인력 양성, 지원 정책 등 폭넓은 내용을 담았다. 중소·중견기업의 산업 융합사업에 대한 자금, 판로 등 포괄적인 지원 근거도 포함됐다.

특히 융합신제품 적합성인증제도는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트럭지게차와 같은 융합 신제품이 빛을 볼 수 있는 길을 텄다.

우리나라의 융합기술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처진다. 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 주력산업 융합화는 융합화 진전도 측면에서 선진국의 46%, 융합성과는 50% 수준으로 평가됐다. 또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는 우리나라 융합기술 수준을 선진국 대비 50~80%로 분석했다.

최근 산업은 단일·유사영역 융합에서 이종 간, 다종 간 융합으로 점차 발전하며 산업발전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고 있다. 주력산업의 성장정체, 소비자 요구의 다양화, 기술 개방성 확대로 `산업융합`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이다.

국내도 다양한 산업융합이 이뤄지고 있다. 각 국가출연연구소는 융합기술 관련 연구조직을 구성하고 특화된 각 분야를 기반으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이 로봇, 섬유, 생명공학, 나노, 바이오, 전자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융합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정 분야에 치우치거나 공동연구체계 구축이 미흡한 상태기는 하지만 다양한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또 산업융합 촉진을 위한 기반조성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방송·통신 분야는 지난 3월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에 방송통신융합센터가 문을 열고 글로벌 표준 방송통신테스트베드 기지 역할을 시작했다.

이에 앞서 방송사업자 소유·경영 규제개선, 신규 방송사업자 시장 진입(종합편성채널, 중기전용 홈쇼핑) 등을 통해 미디어 시장 선진화 기반을 조성해 가고 있다.

콘텐츠 분야는 3차원(3D) 융합산업 육성을 위해 2016년까지 1230억원을 투입해 매년 5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3D관련 학과 및 전문 과정을 신설할 계획이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지능형전력망 구축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 및 제1차 지능형 전력망 기본계획이 연이어 발표됐다. 의료기기도 지경부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와 공동으로 의료기기산업육성방안을 수립해 의료기기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기도 했다.

산업융합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도 활발하다. IT+의료산업 모델로 통신사나 IT연구기관과 대형 병원 협력 모델도 다양하다. 지난 3월 KT와 연세대의료원은 의료·ICT 융합사업 전문 합작사인 `후 헬스케어`도 설립했다. SK텔레콤과 서울대병원은 지난 1월 융합형 헬스케어 전문회사인 `헬스커넥트`를 출범시켰다. ETRI와 분당서울대병원은 IT-바이오 의료기술 융합연구를 위한 협정을 지난 3월 체결했다.

국내 융합시장은 2008년 18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18년 약 1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융합 신시장 창출인력도 2008년 168만명에서 2018년 360만명으로 증가가 예상된다. 딜로이트컨설팅은 융합 신산업분야 세계 시장은 2008년 733억달러 규모에서 2018년 4613억달러에 달하는 거대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국내 융합산업의 시장 규모와 선진국 대비 기술 수준을 분석해 다양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IT 융합은 기술수준도 높고 시장 규모도 크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이를 유지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하고, 나노와 바이오는 산업 규모는 크지만 사용기술 수준은 미흡하기 때문에 기술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또 차세대 로봇과 RFID/USN은 산업 규모 자체가 작기 때문에 산업 성장을 위한 지원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융합의 범위와 개념은 더 확대되는 추세다. 산업 간 융합을 넘어 인문학과도 접목된다. 최근 지식경제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도 연장선에 있다.

업무 협약에 참석한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기술·인문 융합은 시대 흐름이자 미래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라며 “융합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웅희 국가산업융합지원센터 소장

“융합은 `Give & Take가 아닌 Take & Give`입니다. 상대에게 먼저 내 것을 줘야 나에게 필요한 상대의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상승의 시너지가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가치로 나타납니다.”

손웅희 국가산업융합지원센터 소장은 기술은 감정이 없는 차가운 기술이 아닌 `사람을 위한 따뜻한 기술`을 강조했다. 혼자만의 것이 아닌 `함께하는 같이의 가치`일 때 진정한 융합의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가 융합을 표현할 때 쓰기 위해 만들어낸 조어인 `THE Convergence`도 이런 뜻을 담고 있다. 기술(Tech), 사람(Human), 감성(Emotion)의 조화, 사람 중심의 따뜻한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미다.

손 소장은 지난 1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 문을 연 국가산업융합지원센터를 총괄하고 있다. 산업 간 융합은 물론이고 다양한 변화와 흐름을 녹여내야 하는 센터의 역할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융합에 대한 접근 방법에서도 잘 녹아난다.

손 소장은 “센터는 국가 산업융합 활동을 전략·운영·환경조성 측면에서 총체적으로 지원해 국가 경제·사회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역할”이라며 “국가 산업융합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책 부문에서 △시장 조사·분석과 수집정보의 활용 △정부 위탁 사업 수행 △산업융합 촉진 지원 사업 △창업 및 기업 지원 △ 중소·중견기업의 개발과 인력 지원 등을 한다.

산업융합 활동주체(기업, 연구·교육기관 등)의 융합 활동과 성장을 위한 코치·매니저·서포터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손 소장은 “140년 기업 코닥이 2년 6개월 만에 무너지는 엄청난 변화의 쓰나미를 맞고 있다”며 “바뀐 게임의 룰에 국내 기업들이 올바르게 적응하고 발전해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가산업융합지원센터는 작년 10월 시행된 산업융합촉진법에 근거해 설립됐다. 한국생산기술원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운영기관으로 선정됐다. 이종 간 기술교류 장벽을 낮춰 산업융합 촉진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역할과 중소·중견기업의 융합 신기술 개발과 신제품 실용화 등을 지원하게 된다.

세계 융합산업 정책 동향

선진국들은 융합 신산업을 미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인식하고 융합 기술 개발과 육성을 위한 정책을 강화하며 시장 주도권 잡기에 한창이다. 특히 차세대 에너지·연료전지산업과 나노, 바이오·의료서비스산업, 지능형 로봇, 로보틱스 분야 등은 선진국 경쟁이 더욱 치열한 분야다.

미국은 지난 2002년 `인간수행능력 향상을 위한 융합기술 발전전략`을 마련해 융합기술의 발전을 위한 산학연관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또 융합기술과 산업을 적극 활용해 국가 혁신 및 경제 불황을 극복해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정책(2008년 Compete, 2007년 Five for Future 정책)도 추진한다. 2004년 이노베이션 아메리카를 통해 IT 활용 촉진을 국가 혁신전략으로 설정해 제조와 서비스 연계를 추구했다. 더불어 2006년 국가경쟁력 강화계획(ACI)을 통해 융합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확대했다. 2006년 100억달러인 과학기술 및 혁신기업에 대한 기초연구 투자를 2016년까지 200억달러로 확대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도 2004년 지식사회건설을 위한 융합기술 발전전략(CTEKS)을 통해 기술개발, 연구환경 조성, 사회·윤리적 책임강화 등 융합기술 발전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현재 융합기술과 산업을 적극 활용해 혁신 및 경제 불황을 극복하고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정책인 신 리스본 전략(2007년)을 마련해 진행하고 있다.

이어 `Shaping Europe Future thought ICT(2006년)`을 통해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ICT와 ICT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같은해 입안된 제7차 연구개발사업(FP)을 통해 융합기술개발 확대 계획 및 집행전략을 구체화했다. 이를 통해 IT, BT, 교통, 에너지 등의 융합부문을 중심으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총 727억6000만유로를 투자한다.

2008년에는 미래 융합산업 경쟁력 강화 및 조기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의료, 섬유, 건설, 바이오 등 6대 선도시장 육성전략을 발표하고 부문 간 융합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퓨처 인터넷 2009`를 통해 IT기반 융합 중요성을 역설하고 집중 투자도 권고하고 있다.

일본은 2004년 신 성장 창조전략을 통해 일본 강점 영역의 융합기술과 산업을 중점 육성하고 있다. 특히 4대 융합중점분야(NT, BT, IT, ET) 중 단기간에 실용화가 가능한 기술·산업을 육성하는 포커스21(2008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융합산업을 통한 경제 불황극복을 위한 이노베이션25(2007년), 경제 산업 정책중점(2008년) 정책 등도 진행하고 있다.

이노베이션25는 일본 사회의 5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전략과 로드맵으로 IT기반 융합기술을 선정했다. 2009년 IT기반의 융합정책인 `i재팬 전략 2015`를 국가 발전전략으로 설정하고 경제산업성을 중심으로 `미래기술 전략지도 2025`를 발간했다.

중국도 2010년 `신성장 산업육성결정`을 발표하고 신에너지, 전기자동차, 신소재, 차세대 IT, 에너지 절감 및 환경보호, 바이오, 첨단장비 등 7대 신성장 산업을 지정했다. 7대 신성장 산업은 인접산업의 동반성장을 유도할 수 있는 융합산업으로 해당 분야의 기술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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