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에 종이처럼 필기를? ‘초음파 펜 뜬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3월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태블릿 사용시간은 하루 1시간 이상, 3시간 미만이 많고 주로 게임과 음악 감상, 동영상 시청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이메일이나 업무용 문서 작업에 활용하는 노트북과 대조적이다.

실제로 주위를 봐도 태블릿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은 드물다. 스크린 키보드로 문자를 입력하는 탓에 하드웨어 키보드보다 아무래도 입력 속도가 떨어진다. 종이 대신 태블릿에 필기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손가락 끝에 흐르는 미세한 전류를 이용한 정전식 디스플레이가 널리 쓰이면서 화면에 손을 대고 필기할 수 있게 됐기 때문. 여러 업체가 터치펜을 내놨지만 손가락 대신 쓸 수 있을 뿐 정밀한 메모는 불가능하다.

◇ 터치펜 한계, 초음파로 넘었다=이에 비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용 필기 애플리케이션 옴니노트 출시를 앞둔 옴닝(www.omning.com)은 조금 다른 방법을 썼다. 초음파 방식으로 작동하는 펜을 만든 것. “펜촉을 누르면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초음파가 나오는데 이걸 아이패드 밑에 꽂은 수신기가 받는 방식입니다. 터치가 아니라 초음파로 작동하기 때문에 화면에 손을 올린 채로 쓸 수 있어서 훨씬 편하죠.” 이 회사 권혁 부장의 설명이다.

포유아이가 개발한 이 펜은 기존 터치펜보다 세밀한 필기가 가능한 게 장점이다. 물론 초음파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생기는 한계도 있다. 노래방이나 시끄러운 공사 현장에선 오작동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강의실이나 세미나 현장에서 오작동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초음파 수신기가 가려지면 전자펜을 인식할 수 없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뒤집어서 써야 하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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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유아이가 개발한 전자펜 ‘레가토펜’. 수신기와 한 세트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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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음파가 새어 나오지 않아 오작동이 적다.

하지만 권 부장은 이 펜이 현재 개발된 초음파 방식 제품 중 가장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타사 제품은 펜촉 주위에서 초음파가 새어 나옵니다. 정확한 글씨를 기록하기 어렵죠. 게다가 펜에 들어가는 배터리도 수은전지를 씁니다. 이 펜은 한 번 충전해서 연속 8시간 쓸 수 있는 충전식 배터리를 써서 친환경적이죠.”

◇ 필기가 자유로운 ‘옴니노트’ 앱= 전자펜과 짝을 이루는 애플리케이션인 옴니노트는 필기 전용 소프트웨어다. 작동 모드는 터치와 펜 2가지로 나뉘어져 있다. 덕분에 전자펜이 없어도 기존 터치펜이나 손가락으로 입력할 수 있다. 기능 조절은 화면 위에 나오는 터치 메뉴를, 메모는 펜을 이용한다.

옴니노트의 가장 큰 특징은 편집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기본 제공하는 양식 뿐 아니라 아이패드에 저장해놓은 그림이나 사진을 불러와서 쓸 수 있다. PDF 파일을 불러와 배경으로 깐 다음 마치 공책처럼 자유롭게 필기할 수 있다. 페이지 생성은 무한대로 가능하고 이미지 기반 PDF 파일로 보내기도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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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두·리두 기능을 이용해 메모 내용을 쉽게 되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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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F 파일을 불러와 그 위에 메모가 가능하다.

“한자나 숫자 따라 쓰기, 원고지 양식을 미리 띄워놓고 그 위에 필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권혁 부자의 설명이다. 메모나 그림을 그리다 실수하면 지우개로 일일이 지울 필요 없이 쉽게 되돌릴 수 있어 편리하다.

◇ 제품화 가로막는 애플 심사= 안드로이드용 초음파 전자펜과 옴니노트는 이미 국내 주요 생명보험사나 손해보험사, 자동차 회사에 납품된 상태다. 각종 계약서 PDF 파일 위에 전자 서명을 받은 다음 전자문서로 남겨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 5월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이 18대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태블릿에 서명을 받아도 법적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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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을 올려놓고 메모해도 오동작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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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에 연필을 이용한 것처럼 세밀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하지만 옴니노트는 아직도 애플 앱스토어에서 구입할 수 없다. 실제로 안드로이드 태블릿에 쓸 수 있는 초음파 전자펜과 옴니노트는 이미 출시가 끝나 곧바로 구입할 수 있다. 권혁 부장에게 이유를 물었다. “옴니노트를 쓰는 전자펜이 애플 승인을 통과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탓이죠.”

애플 제품과 연동하는 하드웨어를 만들려면 전용 칩을 달아야 한다. 이 칩을 쓰면 안드로이드용과 아이패드용 세트도 가격이 1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게다가 심사기간도 오래 걸린다. 동작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지만 마지막 심사에 걸려 판매가 불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애플 심사 과정이 거의 끝나 조만간 앱스토어에 애플리케이션이 등록될 예정이라 한다. 지난해 7월부터 개발을 시작해 꼭 1년 걸린 셈이다.

아이패드용 옴니노트 세트는 7월 초 예약 판매를 시작해 현재 발매를 기다리는 중이다. 애플 심사가 끝나는 대로 발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사실 전용 케이스도 따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휴대가 불편해서 예약 판매 참여한 소비자에게는 다이어리를 겸한 전용 케이스도 함께 제공하려고 합니다” 옴니노트 애플리케이션도 라이트 버전을 마련해 무료로 써볼 수 있게 만들었다. 애플리케이션 가격이 2달러(한화 3,000원 가량) 선에서 결정되어 있기 때문에 부담도 적다.

“해외 시장에선 안드로이드 태블릿보다 아이패드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2010년 이후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팔린 태블릿이기도 하고요. 초음파 전자펜을 아이패드(2)와 뉴아이패드에서 모두 쓸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시장도 넓습니다. 일반 제품이 나와야 바이어도 테스트나 검토를 할텐데…(웃음).”

다른 아이템도 준비중이다. 기존 PC 화면을 스마트기기로 보내줄 수 있는 솔루션 옴니보드다. “문제를 띄우면 바로 태블릿에 공유되고 선생님은 문제를 푸는 과정을 모니터로 보면서 첨삭해줄 수도 있습니다. 오는 2014년에는 전자교과서도 시행되는데 여기에 걸맞은 스마트 러닝 솔루션은 없는 상황입니다. 상당히 큰 시장이 열리는 셈이죠. 앞으로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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