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국가지식재산위원회 주도로 `지식재산(IP)강국`을 외쳤지만 기초적인 특허 영문 초록조차 제대로 서비스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특허 얼굴 격인 `한국특허영문초록(KPA)`에 오류가 산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칫 초록 오류가 불필요한 국제 특허분쟁 등 우리 기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정작 정부기관은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민원 제기가 없었다`며 별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보였다.
전자신문이 특허전문 번역업체에 `특허정보검색서비스(kipris.or.kr) 한국특허영문초록(일종의 요약본)` 내용 정확도를 의뢰한 결과, 대다수 내용이 오역이었다.
예컨대 `광디스크 고정 장치 특허(공개번호 1020110018541)`에서는 셀 수 있는 명사에 부정관사 `a`가 빠져 있는 것을 포함해 일곱 가지 오류가 확인됐다. 특허 핵심으로 특정부문 디스크를 고정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문장은 뒤죽박죽 상태로, 영어권 사람이 이해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온라인예약시스템 방법론 관련 특허(등록번호 101013660)`에서도 다섯 개 부문에서 11개 오류가 확인됐다. `온라인으로 방을 예약하다`란 표현에서 동사로 `process`가 아닌 `progress`가 쓰였고, `온라인을 통해` 영작으로는 `through an online network`가 정확하지만 `through online`으로만 돼 있다.
이런 오류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력을 번역 작업에 투입함으로써 발생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특허전문 번역업체 한 관계자는 “예전에 전문가가 작업했으나 지금은 비용절감과 효율을 이유로 기계번역(번역기) 후 리뷰를 하는 데 그치다 보니 오류가 많다”고 말했다. 다른 특허업체 대표도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서는 두세 단계를 거쳐 관사, 오·탈자 등을 점검한다”며 “우리나라는 너무 부실하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업계는 이런 오류가 우리 기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확한 정보를 알리지 못해, 외국 특허심사관 또는 특허 분석에 나선 업체가 놓칠 수 있다는 것. 이 때문에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도 외국 기업과 지난한 국제 특허전쟁을 펼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세계 4~5위권 특허대국임에도 양적으로만 특허가 많고 질적으로는 부실하다고 폄하받는다”며 “보유 특허만이라도 제대로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문초록을 관리하는 한국특허정보원 측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특허정보원 관계자는 “기계 번역을 활용하지만 추가로 기술 분야 번역 전문가를 투입해 초록을 작성한다”며 “오역으로 인한 피해사례나 민원이 들어온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특허영문초록(KPA)=특허기술을 영문으로 요약한 것. 대개 10개 이내 문장으로 구성됐다. 1979년부터 제작해 미국·일본·중국·유럽 등 39개국 특허청 및 유관기관에 보급했다. 우리 기업 특허와 유사한 기술이 등록되는 것을 방지해 국내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07년부터는 특허협력조약(PCT)에 따라 한국특허영문초록이 국제특허 심사 시 의무적으로 조사해야 하는 필수문헌에 포함됐다.
[표]한국특허영문초록 해외 특허청 및 유관기관 배포 현황
※자료:특허청(2010년4월기준)
김준배·권동준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