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침해 우려를 내세워 경쟁사 제품을 판매금지시키는 무분별한 가처분 소송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12일 로이터는 글로벌 IT기업들이 특허권 보호를 주장하며 경쟁 제품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남발하고 있다며 이를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미국 의회를 중심으로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상원 사법위원회 소속 패트릭 리 의원은 11일(현지시각) 의회에서 열린 공청회에 출석해 “의회도 기업이 남발하고 있는 수입 및 판매금지 요청을 염려하고 있다”며 “점점 국가와 산업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관련 비용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을 뿐더러 후발 기업들에 대한 견제가 되레 시장 공정 경쟁을 저해한다는 주장이었다.
기업뿐 아니라 규제 당국의 판단도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공청회에 패널로 참석한 에디스 라미레즈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은 “ITC는 표준 필수 특허를 기반으로 금지 명령을 내리기 전에 기업들이 공정한 라이선싱 협약을 맺고 있는지, 그럴 의사가 없는지 여부를 충분히 고려한 뒤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우 특수한 특허가 아니라면 산업의 발전을 위해 일반적인 특허는 합리적인 조건으로 모두에게 허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가 법안 수정을 거쳐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허전쟁에 사활을 걸고 있는 IT기업이 많은데다 엇갈리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법부 반독점위원회 요셉 왈렌드 검사는 “업체들이 의도적으로 협상을 거부할 수도 있다”면서 실행 여부에 회의적인 의견을 표했다.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이라는 단어가 특허 재판에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2006년이다. 머크익스체인지는 이베이의 온라인 경매 시스템 중 사용자가 입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즉시 구매(Buy It Now)` 기능이 자사가 보유한 3개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머크 측은 손해배상금액을 많이 받기 위한 위협용으로 관련 서비스를 통한 제품 판매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규제 당국으로부터 받아들여졌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수입 및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이 범람하게 된 원인이 됐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삼성전자 등 최근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글로벌 IT기업들도 이 판례를 활용하고 있다.
마크 램리 스탠포드 로스쿨 교수는 “스마트폰 특허전쟁으로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최소 150억~200억달러에 달한다”면서 “가처분 신청이 경쟁사의 시장진입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