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릴 수 있는 스마트폰, 곡선 형태의 태양 전지를 볼 날이 머지않았다. 국내 연구진이 휘어진 상태에서도 안정적으로 전기를 전달하는 초소형 전자장치(분자전자소자)를 개발, `휘어지는(플렉시블)` 기기 생산의 실마리를 찾았다.
이탁희 서울대 교수 연구팀은 자기조립단분자막을 이용해 심하게 휘어져도 기능과 성능이 유지되는 얇은 분자전자소자를 제작했다고 11일 밝혔다. 자기조립단분자막은 분자가 다른 힘을 받지 않아도 스스로 반응을 일으켜 다른 물질과 결합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복잡한 형태나 넓은 면적에서도 박막 제조가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이 교수팀이 개발한 분자전자소자는 박막 두께가 1~2나노미터(㎚·1억분의 1미터)로 자기조립단분자막을 휘어지는 플라스틱 기판 위에 제작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분자전자소자는 실리콘 같이 대부분 딱딱한 기판 위에 만들기 때문에 자유자재로 휘어질 수 없다. 휘어지는 `유기 전자소자(Organic Electronics)`는 두께가 수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로 상대적으로 두껍다.
이 교수팀이 개발한 초소형 전자소자의 또 다른 특징은 휘어진 상태를 반복해도 전기를 전달하는 특성을 안정적으로 제어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플렉시블 소자는 휘어진 상태나 구부린 후 원 상태도 돌아왔을 때 전기 전달 능력이 떨어졌다. 연구팀이 개발한 분자전자소자는 점차적으로 휘는 상태, 심하게 구부린 상태, 꼬인 상태 등 1000회 이상 반복한 다양한 휨 테스트 후에도 원래 능력을 유지했다.
이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기판·태양전지 등 대부분의 전기 전달 장치에 활용할 수 있다. 이 교수팀은 “제품 생산을 위해 추가 연구를 진행한다면 앞으로 10년 안에 완전히 구부릴 수 있는 스마트폰을 양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노분야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가 이 연구결과를 지난 주 게재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