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전기공사 분야에 난립한 업체들을 솎아내고 내실 있는 회사를 협력사로 포진하는 구상을 짜고 있다.
10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내년 배전공사 협력회사의 도급액 기준을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배전공사 협력사는 전력설비 적기시공과 신속복구를 위해 배전업체와 단가 계약을 하는 것으로 현재 842곳이 등록됐다.
도급액 기준은 한전의 한 해 전체 공사 물량에서 하나의 협력사가 계약기간 동안 할 수 있는 할당량이다. 이 기준을 상향조정하면 협력사 수는 줄지만 한 회사에 돌아가는 수주물량은 늘어난다.
한전은 협력사의 대형화 그림을 그리고 있는 반면에 업계는 영세업체의 구조조정을 걱정했다.
한전은 이로써 배전 협력사들의 내실화와 대형화를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난립한 공사업체들의 상호 M&A 가능성도 염두에 뒀다. 협력사를 대형화해 한전 해외사업에 동반진출을 모색한다는 김중겸 사장의 의지도 녹아 있다.
김 사장은 현대건설 사장으로 있을 때 같은 방법으로 협력회사 대형화를 추진했다. 형틀·비계·골조·콘크리트 등으로 세분화한 공정을 골조공정으로 통합하는 등 공정 분류 간소화로 협력 중소기업의 대형화를 이끌었다. 이를 전력 분야에도 적용하는 셈이다.
공사업계는 한전의 방침에 공감하면서도 급작스거운 변화가 협력사 구조조정의 직격탄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예산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시장 정리를 통한 전문 업체 양성은 필요하지만 당장 시행하기에 업체들의 준비가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전 협력사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업체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업계 전체적으로 단가시장 내 지분이 줄어드는 어려운 상황을 맞아 전문 업체 양성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다만 한전의 초점이 협력사 내실화가 아닌 업체 수 줄이기로 가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종 전기공사협회 부회장은 “한전 계획대로면 이미 30%의 업체들이 해당 요건을 맞추기 어렵다”며 “필요한 조치기는 하지만 장기적 비전 제시나 예고 등을 통해 협력회사들도 대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전 배전 협력회사 연도별 현황 (단위: 개사)
자료: 한국전력공사
조정형·박태준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