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를 차기 정부에서 통상과 무역, 산업진흥 등을 관장하는 통상산업부로 개편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외교통상부의 통상업무를 흡수하는 것이다. 독립부처 논의가 뜨거운 에너지 분야는 통상산업부 산하 외청으로 분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 정부에서 사라진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 해양수산부 등을 부활해 전문 부처주의를 강화하는 조직 개편방향도 제안됐다.
한국행정학회는 최근 개최한 `2012년 행정학 하계공동학술대회 및 국제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차기정부 정부조직개편의 원칙과 방향`을 공개했다.
차기 정부 개편안을 담은 이 논문은 이승종 행정학회장을 비롯해 최영출 충북대 교수, 권혁주 서울대 교수, 오영균 수원대 교수가 공동 연구했다. 행정학회가 차기 정부 조직개편안 연구 결과물을 학회원을 상대로 공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행정학회의 연구 결과는 실제 정부조직 개편 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왔다. 이번 개편안도 그런 맥락에서 대선후보 공약뿐만 아니라 향후 조직개편 논의의 기본 자료로 적극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편안은 현 정부가 대부처주의에 입각, 관련 기능을 통합했지만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이 한계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전문 부처주의 확립`을 차기정부의 정부조직 개편 기본방향으로 제시했다.
개편안은 거대부처인 지식경제부를 통산산업진흥을 위한 전문부처(통상산업부)로 개편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에너지 분야는 통상산업부 산하에 에너지자원개발청을 신설, 특화한 정책 개발과 효율적 관리 체계를 확립하도록 제시했다.
행정학회 발표 논문은 “지식경제부는 무역과 산업진흥, 에너지 자원 등 방대한 영역을 관장하는 거대 부처로, 부처전문주의에 의한 조직효율화가 필요하다”고 배경이 설명됐다.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 부활 의견도 제시됐다. 우선 정보통신 경쟁력 자체와 국가사회 전체의 지속성장 관점에서 새로운 정보통신부를 설계할 것을 주문했다. 새 정보통신부가 기존 방송통신위원회 기능에 행정안전부 정보보호·정보문화 기능과 문화체육관광부 디지털 콘텐츠 개발·관리 기능을 통합해야 한다는 구제적인 내용도 담겼다. 새 정보통신부가 ICT 정책을 총괄 기획하고 집행하도록 하고, 이를 위해 국가정보기본법도 관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가 과학기술진흥을 담당할 전담부처로서 과학기술부 부활 필요성도 강조했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 기능에서 교육 기능을 제외한 과학기술기능과 현재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관련 기능을 과학기술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순수 위원회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과학기술위원회로 전환, 총리실 직속으로 설치하는 게 적합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외에도 국토해양부에서 해양수산부를 분리해 부활하고, 금융감독원을 금융감독청으로 바꾸는 내용도 포함됐다. 행정안전부를 지방안전부로, 외교통상부를 통일외교부로, 기획재정부를 재정금융부로, 국토해양부를 국토교통부로 각각 명칭을 바꾸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획됐다. 전문성 강화로 현행 15부 18청은 16부 21청으로 부처 수는 다소 늘어난다.
이승종 행정학회장은 “차기 정부가 부처 전문성을 무시하고 부처 간 기계적 통합을 지향하는 대부처주의를 지양하는 대신에 부처별 소관 기능의 범위를 적정화함으로써 전문분야별로 특화된 부처 책임행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개편안은 여러 담론을 내놓고 앞으로 이야기 하자는 취지로 제시했으며, 특정 부처 이해와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