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인체의 복잡한 현상을 손톱만한 장치에 재현하는 기술을 개발해 세포배양 연구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정석 고려대 교수팀은 생체기관의 3차원 구조를 그대로 보여주는 세포배양기술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이 기술을 통해 암의 성장과 전이, 알츠하이머 등 질병이 발생하는 과정과 뇌·간·혈관 등 기관의 인체현상을 가로·세로 3㎝의 작은 장치에서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신약을 개발하거나 세포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세포를 배양접시에 배양해야 했다. 신약을 세포에 넣고 세포 반응을 관찰하며 신약의 효과를 측정했다. 그러나 2차원으로 배양된 세포 반응은 3차원으로 구성된 생물체의 반응과 차이가 크다. 정확한 실험 결과를 위해 동물심험 등을 추가해 많은 시간과 경비가 소요됐다.
정석 교수팀은 1㎜ 이하의 유체(유동성이 있는 물체)를 다루는 기술을 이용해 세포 외부를 채우는 물질(세포외기질)을 고정해 다양한 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혈관이 암세포를 향해 자라는 현상 △백혈구가 염증에 반응해 혈관을 뚫고 나가는 현상 △간세포 조직이 혈관의 성장을 유도하는 현상 등 다양한 인체 현상을 작은 장치에서 그대로 재현해 관찰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기술을 활용해 암치료제·혈관신생 억제제·암전이 방지제 등 다양한 신약의 효과를 직접 측정하고 인체에 미치는 효과를 더욱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 기존 동물실험이나 기술로는 관찰하기 어려웠던 현상을 분석하는 장점이 있다. 신약 개발에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정석 교수는 “이번 연구의 구체적 실험방법을 모두 공개해 더 많은 연구자들이 기술을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했다”며 “이 기술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에 획기적인 발전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