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냉장고에서 세계 최대용량인 `900리터` 고지를 선점했다.
삼성전자는 4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신제품 `지펠 T9000` 설명회를 갖고 국내시장에 제품을 공식 출시했다. 신제품은 초고효율 단열재를 사용하고 내부공간 활용을 극대화한 스페이스 맥스 설계를 도입했다.
냉장고 900리터는 제품 외형(크기)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내부 용량을 키워야 한다. 벽체를 얇게 하고 최적화된 수납공간 확보와 냉기 관리까지 많은 요소기술을 필요로 한다. 이번 제품 출시는 900리터 냉장고 개발 경쟁을 벌여온 가전업계에서 삼성전자가 선제적 대응에 성공했다는 의미다.
신제품은 기존 대용량 제품(그랑데스타일8600)보다 냉장실(551ℓ)과 냉동실(349ℓ)이 각각 20ℓ 이상 크다. 상하좌우 4개의 문이 있으며, `T타입(T-Type)`의 내부구조를 갖췄다. 삼성전자는 △상하형 냉장고에서 △양문형 냉장고를 거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종이 다른 3세대 냉장고`라고 표현했다.
신제품은 일반 냉장고와 달리 냉장실을 위에 두고 냉동실은 아래에 위치시킨 `와이드 상냉장, 서랍식 하냉동` 시스템을 채택했다. 소비자들이 냉장실과 냉동실을 사용할 때 8:2의 비율로 냉장실을 자주 쓴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냉장실의 가로폭은 기존 양문형(46cm)의 약 2배인 83cm로 부피가 큰 제품도 한 번에 넣을 수 있다. 아래쪽 냉동실은 수납 구조를 선반형과 서랍형으로 만들었다. 냉동실은 일반적인 냉동실과 함께 오른쪽에 `참맛 냉동실`을 별도로 뒀다. 이 공간은 -23~2℃내에서 4단계(냉동, 냉장, 특선, 살얼음)로 다양하게 온도 조절이 가능해 냉동실은 물론이고 냉장실, 김치 냉장고 등으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다. T자로 구분된 3개 공간에 각각 전문 냉각기를 채용한 `트리플 독립냉각`으로 실별 최적 온도유지에도 신경을 썼다.
13개의 센서가 달린 `스마트 에코 시스템`은 미세한 외부 환경 변화를 감지해 24시간 냉장고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한다. 이온살균청정기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스테인리스 소재를 사용한 리얼메탈 디자인은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외관을 강조한다.
제품은 이미 국내 1200여개 매장에 진열까지 마쳤다. 출고가는 349만~399만원이다. 삼성전자는 생활습관·문화에 따라 선호도가 다른 냉장고의 특성을 반영, 해외 지역별로는 제품의 설계를 일부 조정해 출시할 방침이다.
“TV시장이 전년보다 위축됐지만 삼성전자 제품은 유럽 위기에도 성장하고 있다. 생활가전 부문도 시장 성장률(5~6%)을 상회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유럽 등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도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담당 겸 생활가전사업부장은 자신감이 넘쳤다. 삼성전자가 TV와 가전 부문에서 시장대비 월등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위기경영 이야기가 자주 나오지만 여러 각도에서 지역별, 제품별로 대응은 항시 이뤄지는 것”이라며 “연초 목표에서 달라진 것은 없으며 여러 시나리오를 놓고 최적의 대응을 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윤 사장은 삼성TV가 6년 연속 글로벌 1위를 차지하는 데 일등 공신이다. 연초부터는 생활가전사업부 수장을 맡아 가전분야를 책임지고 있다. 그는 “지난해까지 삼성전자가 6년 연속 양문형 냉장고 1위를 차지했고, 올해는 전체 냉장고에서 1위에 오르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냉장고 전체시장에서는 월풀이 1위, 삼성과 LG가 2, 3위 권이다.
그가 생활가전에서 강조하는 키워드는 `고객`과 `품질`이다.
“가전은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한 제품으로 소비자의 요구를 찾아 가장 편리함을 주는 게 아주 중요하다”며 “소비자가 보지 못한 잠재적 욕구(Unmet Needs)까지 찾아 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하면서 삼성전자 생활가전을 넘버원으로 만들어 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TV가 문제가 있으면 옆방 TV를 봐도 되지만, 냉장고는 고장이 나면 생활에 큰 애로를 준다”며 “생활가전에서는 특히 품질이 핵심 경쟁력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윤 사장은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조직에도 많은 변화를 주문했다고 밝혔다. TV에서 경험한 `1등 DNA`를 가전사업 전반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가전사업부를 맡으며 임직원에게 가장 강조한 것이 `생각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벽에 부딪혀도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끊임없이 혁신하다보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꾸준히 강조한다”고 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