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에서 거실까지, 윈도에서 애플 iOS까지...`
지난달 29일(현지시각)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구글 I/O`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중단 없는 경험`이었다.
회사 PC에서 검색했던 내용을 영업 나가며 스마트폰으로 확인하고, 학교에 가면서 스마트패드로 보던 영화를 저녁에 친구 집 TV로 이어본다는 말이다. 어떤 운용체계(OS)나 기기에서든 같은 웹 환경에서 원하는 정보와 서비스를 쓸 수 있다는 게 구글이 생각하는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모습이다.
구글뿐 아니다.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아마존 등 세계 IT 업계 거인들은 모두 비슷한 움직임이다. 특히 구글과 애플의 경쟁은 닮은 듯 보이나 속을 들여다보면 매우 다른 점도 많다.
◇구글과 애플, 생태계를 판다=두 회사는 모두 PC와 스마트폰, 태블릿PC와 TV까지 모든 스크린을 차지하려 한다. 애플은 단말기와 클라우드 서비스, 콘텐츠 유통 플랫폼 `아이튠스`를 묶어 강력한 생태계를 만들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뿌리며 제조사와 통신사를 끌어들였다.
하드웨어 중심인 애플은 콘텐츠를 유통하고, 인터넷 기업 구글이 넥서스Q 같은 가전제품을 만들고 자체 브랜드 태블릿PC를 판매한다. 소프트웨어·하드웨어·서비스의 경계는 이미 허물어졌다. 일관되고 편리한 `사용자 경험`이 핵심이다.
◇구글은 웹, 애플은 단말기=뚜렷한 차이도 있다. 애플 생태계는 아이폰 등 자사 단말기가 중심이다. 다른 제조사가 들어올 여지가 없다. 하드웨어와 OS를 통합해 매력적 제품을 만들어 온 자신감을 바탕으로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붙인다. 애플 제품을 가장 잘 쓸 수 있는 폐쇄적 환경이다.
구글의 핵심은 웹이다. 가능한 많은 OS와 기기에 자사 서비스를 올린다는 전략이다. 구글의 클라우드 역량은 4억2000만명 사용자를 확보한 지메일이나 출시 10주 만에 1000만 사용자를 확보한 구글 드라이브에서도 드러난다.
이번 I/O에서도 크롬 브라우저와 `구글 플러스` `구글 드라이브` 등 주요 서비스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앱을 쏟아냈다. 최근 열린 애플 개발자 콘퍼런스(WWDC)에서 애플이 구글 맵을 버린 결정과 대조된다.
안드로이드와 크롬을 앞세워 구글이 강점을 지닌 웹을 생활과 업무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선다 피차이 구글 수석 부사장은 이를 “더 나은 웹에서 나만의 웹”이란 말로 표현했다.
◇개방과 통제, 누가 승리할까=구글은 개방을 표방한다. 제조사나 협력사가 필요에 따라 수정할 수 있어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 애플은 모든 것을 강력히 통제하며 소비자 만족도를 높였다.
제조사나 통신사가 각자 필요에 따라 OS를 수정해 사용하기 때문에 안드로이드 생태계는 조각난다는 한계가 있다. 앱 개발사가 수천종 단말기의 성능과 환경을 다 고려해야 한다. 애플 개발자에게는 없는 고민이다.
구글 I/O에 참석한 한국 개발자는 “기념품으로 받은 갤럭시 넥서스를 보고 `최적화할 단말기가 더 늘었다`는 생각에 답답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개발자 쪽에선 “하나만 신경 쓰면 속 편하다”는 시각이다.
히로시 록하이머 안드로이드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통신사와 제조사는 고객 수요에 따라 운영하는 선택권을 가진다”며 “안드로이드는 이런 다양성이 허용되는 생태계”라고 말했다.
구글과 애플, 무엇이 다른가
샌프란시스코(미국)=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