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와 조화를 이루는 융합 기술로 미래를 준비하자.” 전자신문이 지난 3월부터 3개월여에 걸쳐 진행한 `미래 방송통신 기술을 말한다` 릴레이 기고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전자신문 퓨처 면에 연재했던 `미래 방송통신…` 시리즈를 마감하며 지난 25일 서울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시리즈에 참여한 방통위 PM 다섯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다섯 PM은 일방적인 기술 발전이 아니라 역기능을 해소하며 사회와 공존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좌담회를 지상 중계한다.
◇참석자(가나다 순)
김동기 모바일·전파담당 PM
노병규 정보호호담당 PM
박상일 차세대방송담당 PM
박세영 융합기술담당 PM
임용재 미래인터넷담당 PM
※사회=강병준 전자신문 벤처과학부장
◇사회=전자신문은 지난 3개월간 지면을 통해 차세대방송, 융합기술, 모바일·전파, 미래인터넷, 정보보호 각 분야에 걸쳐 미래 기술 변화상을 점검했다. 분야별 전문가들이 다 모였으니 보다 구체적인 미래 기술 발전상을 그려보자.
◇김동기 PM=미래 기술 발전 초점은 `연결성`에 맞춰졌다. 모든 디바이스가 서로 연결되는 네트워크 사회가 구현된다. 기존 유무선 연결 개념을 넘어 인터넷프로토콜(IP) 네트워크로 모든 것이 이어진다. 최종 사용자(End User)가 하나로 연결된 네트워크 사회가 열린다.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플랫폼 중요성이 커진다. 스마트폰 도입이 본격화된 2010년 이후는 모바일 빅뱅 시대였다. 스마트기기 등 디바이스가 중요했다. 올해부터는 디바이스보다 모바일 플랫폼이 뜬다. 애플 `iOS`, 구글 `안드로이드`,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폰`, 삼성 `바다` 등이다. 모바일 플랫폼은 스마트폰을 넘어 스마트TV 등 다양한 기기에 적용된다. 플랫폼에 따른 디바이스 발전이 진행될 것이다.
◇박상일 PM=자동차 발전 양상을 보면 연료가 휘발유에서 전기로 전환되지만 중간에 하이브리드카가 존재한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지상파에서 케이블, 위성에서 IPTV, 최종적으로 스마트TV로 발전하겠지만 한번에 바뀌기는 힘들다.
미래 방송으로 나아가기 전에 하이브리드 방송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야구 중계를 예로 들면 미래 방송은 야구 경기를 보여주는데 3~4개 채널이 각각 다른 망으로 전해진다. 투수 모습만 비춰주는 채널, 특정 팀만 보여주는 채널이 각각 분리 전송된다. 미래 방송으로 가는 중간 단계인 하이브리드 방송은 분리된 데이터를 3~4개 코덱으로 한꺼번에 전송한다. 한동안 하이브리드 체제가 유지될 전망이다.
◇박세영 PM=미래 키워드는 역시 `연결성(Connectivity)`이다. 예전에는 단말기에 네트워크가 연결되는 방식이었지만 앞으로는 모든 기기가 네트워크에 붙는 식이다. 플랫폼이 중요한 건 이 때문이다. 플랫폼이 곧 기술 이슈가 된다. `WoT(Web of Thing)` `IoT(Internet of Thing)` 체제다. 여기서 싱(Thing)은 컴퓨터·휴대폰·TV·자동차 등이 된다. 모든 단말기가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네트워크에 연결된다. 이미 스마트폰과 스마트TV를 지나 스마트 자동차·스마트 비행기로 이동하고 있다.
구글이 비행정보를 제공하는 회사를 인수한 것이 한 예다. 미국은 경비행기가 많다. 비행기도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일종의 단말기로 변하는 셈이다.
◇임용재 PM=인터넷 발전은 기술뿐 아니라 사회를 바꾼다. 가치관·대인관계·의사결정 방법 등이 모두 변화한다. 이를 잘 고찰해 미래를 예측해야 기술 방향이 명확해진다. 과거 사람들은 인터넷 자체를 몰랐다. 지금은 모든 이용자가 기술적인 부분까지 잘 안다. 이용자가 개발자보다 앞서 인터넷 서비스 개선을 요구할 때도 있다. 국가별 경계도 사라졌다.
인터넷 때문에 가치관도 바뀌었다. 이용자들의 `적극성`이 강화됐다. 지금은 토픽만 던져놓으면 관심 있는 사람들이 알아서 모인다. 자신이 의견을 올려 자기 세력을 형성하려는 경향도 보인다. 이제는 이용자가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노병규 PM=`최소율법칙`이란 것을 생각해야 한다. 식물 성장은 필요한 요소들의 합이 아니라 필요한 요소 중 가장 적은 한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힘이 강한 것보다는 약한 것이 사회를 좌우한다. 미래에는 PC·스마트 단말기 등 여러 디바이스가 공존한다. 다단말 경향이다. 정보보안 측면에서 바라보면 단말기의 가장 부족한 요소가 전체 보안 수준을 결정한다. 스마트기기로 인해 겪는 정보보안 피해를 생각하면 쉽다. 스마트폰이 `걸어 다니는 좀비`가 될 수 있다.
보안 기술은 연결성, 스마트, 모바일에 큰 전제를 둬야 한다. 모바일 디바이스의 정보보호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사회=미래 사회는 우리가 기대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변화한다. 이 과정에서 나타날 부작용을 간과할 수는 없다. 기술을 미래 사회에 적용할 때 생기는 악영향은 무엇일까.
◇박상일=길을 잘 닦아 놓아도 자동차 수가 많아지면 도로는 막히게 마련이다. 작은 게 하나 만들어져 잘 돌아가면 항상 훨씬 더 큰 것이 나타난다. 사람들이 편하게 통신 인프라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평소 한 개를 유통하던 사람들이 열 개를 만들어도 되겠구나 생각한다. 점점 유통 데이터가 늘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고속도로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듯 인프라도 쉽게 구축되지 않는다. 실감방송(다차원 실감미디어를 이용해 사용자에게 몰입감을 주는 차세대방송)을 하고 싶지만 지금은 HD방송만 내보내도 전송 인프라가 힘들어한다. 앞으로 3D 콘텐츠가 유통되면 지체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다. 인프라가 기술 발전 속도를 뒤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일어난다. 우리가 지금 그 기로에 서 있다.
◇김동기=또 다른 문제는 `빅데이터`다. 고민은 빅데이터 흐름에 관한 책임을 누가 지는지에서 시작된다. 통신사업자가 져야 하나, 망 중립성을 지켜야 하나 등 여러 문제가 나타난다. 빅데이터는 유선에서 무선 기반으로 넘어가는 추세다. 무선 환경에서 데이터 트래픽이 늘어나면 주파수가 부족해진다. 부족 현상은 주파수 가격을 높인다. 이로 인해 통신사업자 투자 부담이 증가한다. 통신사업자가 투자를 이어가지 못하면 산업적 측면에서 역기능이 발생한다.
◇박세영=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 정부는 망을 많이 깔고 인터넷을 잘 사용하는 나라를 목표로 삼았다. 목표대로 인프라 구축은 잘 이뤄졌다. 하지만 네트워크·장비·플랫폼은 모두 외산이었다. 우리는 인터넷을 잘 쓰는 수준을 넘지 못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트위터·페이스북 등은 모두 해외 플랫폼이다. 빅데이터도 벌써부터 오라클 등 해외 기업 입김이 강해지는 조짐이다.
이는 아직 미래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빅데이터 시대에도 인터넷과 SNS 시대 전철을 밟지 않을지 우려된다.
◇임용재=사회 트렌드가 바뀌면 기존에 있던 병목현상이 다른 쪽에서 발생한다. 지금까지 병목현상은 CPU나 네트워크에서 발생했다. 이제는 네트워크 문제가 아니다. 모든 것이 클라우드 환경에서 이뤄지는 시대다. 클라우드 환경에서 병목현상 순환구조가 반복된다. 앞으로 국내에서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발전시키려면 병목 문제를 풀어야 한다.
◇노병규=인터넷 보안도 중요한 과제다. 우리나라와 외국은 보안사고에 관해 다른 경향을 보인다. 우리나라는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이나 개인정보 유출 형태 보안사고가 대부분이다. 외국은 이란 핵시설, 미국 록히드마틴 해킹 등 기반시설을 공격하는 경향이 강하다. 해외 국가는 정보 가치가 정치·군사 쪽으로 이동하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아직 개인정보 판매 수준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도 산업 기반시설 공격을 피해갈 수 없다. 우리나라 기간산업도 대부분 네트워크 인프라를 중심으로 구축돼 있다. 그만큼 피해 가능성도 높다. 개인정보 보호도 중요하지만 기간시설 보호도 중요하다.
◇사회=우리는 기술 발전을 꾀하는 동시에 기술로 인한 악영향도 막아야 한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임용재=인터넷 때문에 달라진 사용자 요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빅데이터가 대표적인 예다. 지금까지 방법으로 빅데이터를 해석해 답을 찾으려 하면 안 된다. 빅데이터 시사점은 기대하지 않은 정보가 인터넷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필요한 정보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선 통찰력과 예시력이 있어야 한다. 진정한 빅데이터 가치를 찾기 위해서는 기술뿐 아니라 인문학, 심리학 등 사회학적 접근이 함께 요구된다.
◇김동기=빅데이터 문제는 유무선 네트워크 등 현재와 같은 개념으로 논하면 안 된다. 미국은 정보화 고속도로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투자 부담을 이기지 못했다. 빅데이터 인프라 모습을 `스마트 네트워크`나 `생각하는 인터넷망`으로 설정하고 선도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대한 데이터가 돌아다니더라도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플랫폼 기술이나 데이터 압축 원천기술 등에서 우리나라가 앞서나가야 하지 않겠나.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도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면 네트워크가 발전하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박세영=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우리나라에서 병목현상이 제일 많이 일어나는 분야는 소프트웨어(SW)와 콘텐츠다. 인프라는 많이 발전했다. 고속도로처럼 넓어진 상황이다.
SW와 콘텐츠는 그렇지 못했다. 구글이나 애플 같은 회사가 생기지 않는 것도 해당 분야 전문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단말기는 삼성, LG 등이 잘하고 있지만 SW는 대표주자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글로벌기업이 나오려면 SW와 콘텐츠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 구글과 애플 모두 차고에서 사무실을 차려 시작한 벤처다. 기업이 크는 동안 주변 대기업이 창의력만을 보고 많은 투자를 했다. 우리나라도 그런 문화가 필요하다. 사회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창의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뒤떨어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사회=미래 방송통신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에 더해 국가 사회, 제도, 인식 측면에서 균형 잡힌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앞으로 각계 전문가가 힘을 모아 바람직한 미래 발전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자. 좋은 의견 감사하다.
정리=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