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한국`과 같은 한글 인터넷 주소체계에도 사재기가 심각하다. 영문 인터넷 주소체계에 이어 사이버 무단점유자(Cyber Squatter) 논쟁이 발생하고 있다.
과거 영문 도메인 상표권 분쟁처럼 한글 도메인을 둘러싼 분쟁도 최근 부쩍 늘었다. 전문가들은 한 건당 80만원 이상 소요되는 분쟁조정비 등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등록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5월부터 등록을 받기 시작한 한글도메인 등록건수는 올 4월말 기준으로 22만256건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국내 상장사 5000여곳의 한글도메인 중 1000여개 이상이 기업명이 아닌 일반인으로 등록됐다.
동일한 주소와 이름 명의로 수십개에서 수백개에 달하는 한글도메인이 선점됐다. 도메인이름 등록은 선접수·선등록 방식에 따라 이뤄줘 상표권자의 상표를 타인이 먼저 등록할 수 있다.
예컨대 서울에 거주하는 K씨는 무려 489건, C씨는 299건을 등록했다. 게임업체인 위메이드의 한글도메인 `위메이드.한국`, 셋톱박스 업체인 `홈캐스트.한국` 역시 K씨가 등록자다.
사재기라는 주장과 신종 비즈니스모델이라는 반박이 이어지면서 사이버 무단점유 논쟁까지 점화됐다.
한글 도메인을 둘러싼 분쟁도 증가 추세다. 올해 들어 인터넷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이 들어온 37건 중 한글 도메인은 11건을 차지하면서 30%를 돌파했다. 조정신청은 일부분이다. 전문가들인 실제 현장에서 발생한 한글 도메인 갈등 건수는 이보다 열배는 더 많다고 추정했다.
K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글 도메인을 재판매할 목적으로 등록했지만 아직 거래 요청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도메인 등록 원칙이 선 접수·선 등록이어서 상표권자라도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상표권자가 먼저 등록할 수 있도록 우선 등록 기간을 부여했다”고 말했다. 진흥원은 지난해 5월 25일부터 6월 30일까지 국내 상표권자가 한글 상표명과 동일한 1개 도메인을 신청할 수 있도록 우선등록 기간을 줬다.
법률사무소 지향 남희섭 변리사는 “동일인의 수백개 한글도메인 등록은 특정 의도가 있을 것”이라면서 “한글도메인에 대한 정부의 홍보가 있었지만, 우선등록 기간을 몰랐던 기업이 많았다고 보인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글도메인 등록 현황
자료:한국인터넷진흥원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