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부가서비스 가운데 가장 낙후한 분야가 바로 문자메시지입니다. 디스플레이는 이미 오래전에 모두 컬러로 바뀌었는데 유독 문자만은 흑백이 대세입니다. 그러나 뒤집어 이야기하면 그만큼 앞으로 가장 유망한 분야입니다.”
김영수 라온엠씨 대표(47)는 휴대폰 메시지에 `색깔`을 입힌 인물이다. 흑백 일색이던 멀티미디어메시지(MMS)에 컬러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2010년 컬러 MMS를 개발해 혈혈단신으로 시장을 열었다. 컬러 메시지를 제공하는 업체는 라온엠씨가 유일하다.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흑백 메시지에 반기를 들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아직 컬러 메시지는 일반인에게 생소합니다. 한 번 사용해 보면 서비스에 모두 놀랍니다. 원하는 메시지를 입맛에 맞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내는 사람도 기분 좋고 받는 사람도 흐뭇합니다.”
이용 방법도 간편하다. 라온엠씨 컬러 MMS 전송 브랜드 `엠토스트(mtost)` 사이트에서 자신이 직접 청첩장이나 모바일 명함을 만들어 상대방에게 전송하면 그만이다. 엠토스트에는 1만5000건에 달하는 예비 콘텐츠가 준비돼 있다. 김 대표는 “통신망 속도가 빨라지고 고해상도 이미지 전송이 가능해지면서 인터넷에 연결해 간편하게 쓸 수 있는 컬러 MMS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엠토스트`를 이용하는 횟수는 한 달 100만건 정도. 서비스 첫해와 비교해 5배가량 상승했다. 사실 전체 메시지 서비스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다. 가령 카카오톡 무료문자 서비스만 놓고 보면 하루에 10억건이 오간다. 그러나 컬러 MMS 건당 이용료 280원을 감안하면 매월 올리는 매출이 쏠쏠하다. 김 대표는 이를 주력사업으로 지난해 매출 180억원을 올렸다. 서비스 시작 2년 만에 누적 적자까지 모두 털어내고 쑥쑥 성장하고 있다.
김 대표가 컬러 메시지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도 재미있다. LG애드를 거쳐 회장실, LG텔레콤에 이어 LG스포츠까지 LG에서 잔뼈가 굵은 김 대표는 라온엠씨 직전 씨앤앰에서 근무했다. 광고에서 통신과 방송업체까지 두루 경험한 셈이다. 경력만 보면 마케팅은 일가견이 있지만 IT기업 대표 경쟁력의 하나인 기술하고는 거리가 좀 멀다.
컬러 메시지는 매년 스페인에서 열리는 `월드 모바일 콩그레스(MWC)`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별 생각 없이 전시회를 찾았고 화려한 휴대폰에 가려진 흑백 일색의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 기술보다는 소비자 시각에서 휴대폰을 바라보니 새로운 시장이 보였던 것이다. 김 대표는 “쉽게 말해 휴대폰은 첨단인데 메시지는 구닥다리 수준이었다”며 “개발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업 모델도 웹에이전시에서 메시지 플랫폼 중심으로 `180도`로 바뀌었다. 그러나 뜻은 창대했지만 출발은 녹록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비싼 메시지 이용료 때문에 별 호응이 없었다. 홍보도 부족했다.
그때 구세주로 등장한 게 통신사업자와 유통업체다. 무료 서비스로 우울했던 통신사업자는 매출을 만회할 수 있었고 유통업체는 특화된 마케팅의 하나로 컬러 MMS에 환호했다. MMS 관련 특허를 다수 가진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김 대표는 “모바일 문화상품권이나 유가증권 제작사도 라온엠씨 플랫폼을 활용하는 등 러브콜이 잇따랐다”며 “이를 바탕으로 업계에서 처음으로 `MMS기술연구소`까지 설립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컬러 MMS에 그치지 않고 `엠리서치(mResearch)` 등 문자메시지를 활용한 부가서비스 개발에 두 팔을 걷어붙인 상태다. 엠리서치는 설문 대상자 전화번호 목록만 있으면 간편하고 손쉽게 설문이 가능해 서비스 초반이지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 대표는 대학 때 응원단장을 지낼 정도로 천성적으로 유쾌한 스타일이다. `재미있게 일하자`는 펀(Fun)경영을 모토로 매년 아무리 바빠도 직원들과 함께 제주도로 떠난다. 기업도 신바람이 나야 생산성이 오른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김 대표는 “모바일이 생활의 중심이 되었다”며 “컬러 메시지에 이어 리서치·카탈로그·광고지 등 다양한 플랫폼을 개발해 오프라인 형태 인쇄물을 모바일 환경에서 모두 온라인으로 바꿔 나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종이 없는 세상이 김 대표가 꿈꾸는 유쾌한 미래 모습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