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구원 정년연장 제도 `애물단지`로 전락

정부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사기진작을 위해 마련한 정년연장 제도가 도입 반년이 지나도록 실효 없이 겉돈다. 환영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정부 기대와 달리 현장에선 위화감만 조성하고 사기를 꺾는다며 반발했다. 정부와 현장의 시각 자체가 달라 보완작업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18일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 소속 27개 출연연에 따르면 상반기에 10여명의 연구원이 정년을 맞았지만 정년을 연장한 연구소는 없다. 시행 반년 가까이 지났지만 인사규정 변경, 우수연구자 선발 방법 마련 등 시행 절차를 마련하지 못했다.

◇`인센티브`아닌 `환원` 원해=제도가 정착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정년연장`을 바라보는 정부와 연구자의 시각차 때문이다. 정부는 사기진작 차원에서 우수연구자를 선별해 연구기간을 더 늘리는 인센티브로 이해한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제도 적용 대상을 현 연구직 외에 행정과 기술직 분야로 확대할 계획도 없다. 정년이 단축된 타 공공분야와 형평성도 고려했다.

연구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외환위기 때 단축한 정년을 경제상황이 나아진 지금 조건 없이 환원하라는 요구다. 출연연 관계자는 “출연연이 지금까지 요구하고 추진한 정년연장은 반납했던 기간을 제자리로 돌려달라는 것”이라며 “정부의 선별적 적용 방침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국공공연구노조와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조는 역시 선별적 정년 연장에 반대한다. 노조는 외환위기 때 65세에서 61세로 낮춘 정년을 연구원과 행정직 차별 없이 모든 직군에 대해 환원할 것을 주장했다.

◇제도적인 문제도 노출=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른 제도 시행 상 문제도 노출된다. 정부는 가이드라인만 제시한 채 각 기관에 선발기준과 명수 등을 위임했다. 연구회 측은 “각 기관이 `시행계획`을 만들어야 하는데 우수연구원 선발 기준, 몇 명 선발할 것인가에 대해 연구원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다”며 “인사위원회 소속 소수 동료가 자신의 연구업적을 평가하는 것을 결코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제한된 적용 대상도 문제다. 가이드라인은 정년연장 선발 대상을 책임급 7년 이상인 정규직 연구원으로 한정했다. 관리직이나 기술직 직원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 정년 연장에 따른 신규인력 채용 감소도 고민거리다. 한명의 고액 연봉자가 정년을 연장하면 제한된 인건비 내에서 젊은 연구원 채용 기회는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또 다른 출연연 관계자는 “최근 퇴직한 한 연구원은 후배 연구원에게 부담주기 싫어 정년연장 제도를 활용하지 않고 퇴직했다”며 “우수연구원을 퇴직시킨 뒤 계약직으로 다시 채용하는 방법도 동원된다”고 말했다.

◇연내 정착 불투명=정부는 각 출연연에 올해 안으로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른 정년연장 시행계획을 마련토록 지시했다. 일부 기관은 내부 협의를 거쳐 시행계획을 마련 중이다. 대다수 출연연은 보완작업 없이 정착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회 관계자는 “정년연장은 연구원 근무기관과 관련된 만큼 구성원 동의가 필수적”이라며 “가이드라인 내에서 개별 기관이 구성원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시행계획을 만들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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