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식 안따지는 권오현, 삼성전자 틀 깰까…

`SW 파워가 전자산업 주도.격변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자`...권오현 삼성전자 대표 취임사

삼성전자 `권오현호`가 18일 공식 출범했다.

권오현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날 임직원들에게 `도전을 통한 삼성전자 경쟁력 강화`를 기치로 하는 취임사를 전달하며 출항을 선언했다. 그는 `외유내강`형 인물이다. 조용한 스타일이지만 꼼꼼하고 정확한 일처리와 책임을 강조한다. CEO로서 강력한 리더십 경영보다 합리성을 따지면서 직원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관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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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적 책임경영 강화=권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창의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양하고, 새로운 도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CEO가 모든 부문에 직접 관여하기보다 사업부문별 독립적 권한과 책임을 강조하겠다는 뜻이다. 부품과 세트로 분리한 기본 골격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권 부회장은 경력 대부분을 반도체 부문에서 보냈다. 메모리반도체는 물론이고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제고에 크게 공헌했다. 삼성 반도체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진대제, 황창규를 떠올리나 업계에선 이윤우와 권오현을 꼽는다. 생산기술에선 그를 넘볼 이가 없다.


다만 부품 한 분야만 판 게 약점이라면 약점이다. 이러한 권 부회장이 세트 분야를 어떻게 이끌 것인가. TV와 휴대폰 분야 경영진이 삼성을 최고 자리에 오르게 한 만큼 권 부회장이 믿고 맡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세트부문은 기존 사업 책임자들에게 권한을 주고, 부품과 세트부문의 최적화 조율에 CEO가 많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워크 스마트·상생경영=권 부회장은 격식보다 내실, 성과를 중시한다. 불필요한 회의나 결론 없이 늘어지는 회의를 아주 싫어한다. 거창한 취임식을 치르지 않고 취임사로 대신한 것도 그의 스타일이다.

그는 “워크 스마트 문화를 통해 업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창의적으로 일할 환경을 임직원에게 제공하고 그 결과물로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다.

권 부회장은 강력한 동반성장 실천과 준법경영 의지도 피력했다. 이익만 많이 내는 회사가 아니라 `사랑받고 존경받는 기업`이 돼야 진정한 초일류 기업이라는 판단이다.

업계가 원칙주의자 권 부회장에 기대하는 것은 불합리한 관행 타파다. 협력사들과 좋은 생태계를 만드는 데 그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기대했다.

◇소프트파워 강조=권 부회장은 최근 글로벌 전자산업을 소프트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업계 판도를 바꾸는 패러다임 격변기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변화의 시기에 삼성전자가 경쟁력을 강화해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한다는 게 그의 취임 일성이다.

하드웨어·제조 중심으로 성장해온 삼성전자가 더욱 적극적으로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권 부회장이 보기에 삼성전자는 진정한 글로벌 톱 기업 도약을 향한 분기점에 섰다. 주저하거나 현실에 만족하지 말고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으로 진정한 최고에 오르자는 독려를 빼먹지 않은 이유다.

◇신산업 발굴에 총력=권 부회장은 주력사업엔 기술과 시장 리더십을 더욱 강화해 경쟁력을 더 갖추고, 육성사업군에는 시장 다변화와 제품 경쟁력 확보로 선두권 기업과 격차를 좁혀나가겠다고 밝혔다. 스마트폰과 TV,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삼성전자가 이미 최고인 사업의 확실한 우위를 유지하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 분야를 발굴해 집중 육성하겠다는 뜻이다. 그룹 차원에서 육성하는 신수종사업에 그가 적극 관여할 것으로 관측됐다.


권오현 대표이사 취임사 주요 내용

△소프트 중심 전자산업 격변기를 도약의 기회로 글로벌 톱 달성

△책임의식, 열정을 갖고 워크스마트로 부가가치 제고

△상행협력, 준법경영으로 `사랑받고 존경받는 기업` 도약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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