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전자 업계의 숙원인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가 속도를 냈다. 내년이면 국산 차량용 반도체를 탑재한 자동차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팹리스 전문업체인 에이디칩스(대표 권기홍)는 최근 전자부품연구원(원장 김경원·KETI)과 공동으로 총 4종의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성공했다. 국내 대기업 및 팹리스 업체를 대상으로 기술이전 협상을 진행 중이며 완성차 출고는 내년께 시작될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했다.
에이디칩스가 개발한 차량용 반도체는 웨이브통신 모뎀칩, 차선이탈 경고시스템(LDWS) 칩, 다중카메라 기반의 고속영상인식칩, 지능형교통시스템(ITS) 칩 등 총 4종이다.
가장 최근 개발한 다중카메라 기반의 고속영상인식 칩은 전방·측방·후방에 개별 시스템을 장착해야 했던 기존 충돌방지 시스템과 다르다. 내장형 CPU와 영상인식처리 기능을 하나의 칩으로 구현했다. 지능형 자동차의 부품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 회사 관계자는 “CPU 기술을 ARM에 의존했던 탓에 온전한 국산화가 힘들었던 게 사실”이라며 “다중카메라 기반 고속영상인식 칩을 비롯해 CPU까지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에이디칩스가 4종 반도체에 공통으로 적용한 EISC(Extendable Instruction Set Computer) 방식의 CPU 기술은 인텔 CPU에 쓴 CISC(Complex Instruction Set Computer) 방식과 애플 매킨토시 등에서 사용하는 RISC(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er) 방식의 장점을 차용해 독자 개발한 기술이다. RISC의 간결성과 CISC의 확장성을 동시에 지원해 복잡한 연산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이미 스마트가전·CCTV·로봇·스마트 터치버튼 등의 분야에 적용됐다.
국산화로 지금까지 고급 차량에만 장착한 고가의 충돌방지 시스템이 조기에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에이디칩스 관계자는 “개발한 제품을 향후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 적합하도록 성능과 신뢰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250억달러에서 매년 6.2%의 높은 성장률로 오는 2016년 3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