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거버넌스 새판을 짜자]기고/김춘호 총장 “All or Nothing이 아닌 Plus One의 지혜로”

대선을 앞두고 각계에서 이전 정부나 현 정부 부처조직에 다양한 이야기가 오간다.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해양수산부 등 이번 정부 들어 폐지된 부처와 방송통신위원회 같이 논란의 소지가 있었던 부처가 주요 이슈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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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부처조직 논란을 바라보며 2000년대 초 연구원 원장 재임시절 정보통신부를 두고 극렬했던 부처 간 갈등이 떠오른다. IT 활용 분야가 확산됨에 따라 정통부와 타부처 간 업무 중복이 제기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과 갈등이 심화됐다.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자 과거 정부는 경제정책조정회의에 관계부처가 공동으로 `부처 간 IT 관련 업무영역 조정 합의사항`을 상정하기도 했다. 갈등의 중심에 있던 정통부 업무는 결국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4개 관련부처로 이관됐고 갈등은 적절히 흡수된 듯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난 애플 아이폰 쇼크를 계기로 정통부 폐지 논란이 제기되기 시작했고, 거기에 방송통신위원회를 향한 비판까지 가세하면서 정통부는 또다시 부활의 대상으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뭐든지 `새출발`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그 당시 변화의 타당성과 합당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혜안보다 지금 상황에 어떻게든 변화를 주기 위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보자는 식이다. 가령 정통부 폐지가 아니면 부활이라는 `All or Nothing`의 논리다.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이 월권행위이고 보다 중립적인 국회에서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의까지 나왔다고 한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듯이 정부가 조직을 스스로 개편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누가 무엇을 어떻게 개편하더라도 간과하지 말았으면 하는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산업별 하나의 총괄부처라는 전통적 사고방식이 정보통신기술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정보통신기술은 어느 분야보다 민간의 창의와 자율이 중요시되는 분야다. 정보통신기술의 창조적 파괴와 고부가가치 창출은 전통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영역별 차별화된 정책이 시장 수요와 맞물려 돌아갈 때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영역별 혁신을 국가의 총체적 경쟁력으로 결집하고 종합하기 위한 연계·조정 역할은 더욱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단위 부처 차원에서는 불가능하며 대통령의 관심과 의지를 반영하는 상위 거버넌스로서만 가능하다고 본다.

창의란 아무 것도 없는 곳에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것에 `플러스 원(Plus One)` 하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강조했던 것도 `One More Thing`이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조합해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현실이 되도록 하는 것이 바로 IT다. 모든 분야에 IT가 확산된 지금 모든 부처가 IT를 통한 `플러스 원(Plus One)`으로 혁신적 부가가치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김춘호 한국뉴욕주립대학교 총장 chkim@suny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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